논설위원   신   상   범

“섬은 섬으로만 홀로 있을 때 그것은 무한고독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그 섬은 그 고립으로 하여 개성 짙은 삶과 문화를 가꾸어 왔다. 섬사람들의 삶은 자연의 일부이자 자연 그대로였고 섬의 문화는 섬의 태양처럼 강렬하고 건강하였다…” 이 시는 양중해 시인이 세계 섬 문화 축제개막 축시의 일부이다.

이 시처럼 제주 섬은 오랜 시간 버려진 진흙 속에서 현대인들의 고독을 풀어주는 거대한 흑진주로 세계인들의 눈을 끌고 있다. 이런 표현들은 그동안 자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고 행정구호로 마구잡이로 쓰여지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정작 섬의 주인들은 그 흑진주의 모양도 소중함도 또 보석인줄도 모르고 있다. 속담에 “개 목에 진주목걸이”란 말도 있다.

“ 야 ! 저 섬이 한국 최남단 마라도야! 그 앞이 가파도고, 서귀포 앞 범섬, 문섬, 섭섬 도 다 보이네!, 질 푸른 바다를 훌쩍 넘어 한라산 그리고 어미 한라산이 소중하게 안고 있는 새끼 화산들, 형제 섬이 발아래 손에 잡힐듯하고 수 만년을 사계바다에 발 담그고 이곳 제주사람들을 지키고있는 산방 산, 정말 제주는 아름다운 곳이야!!!”

송악산 절벽 위에서 바다를 발 아래 깔고 사방을 둘러보던 관광객들의 감탄은 이렇게 매일 이어지고 있다.

허나 이런 감탄사를 무색하게 만드는 우리 허상이 거기에 나둥글고 있다. 송악산 들어가는 어귀에는 행정과 사기꾼(?)들이 합작하여 송악산을 송두리째 사유화하려던 거대한 상징물이(높이 5m×길이10m) 녹 핀채 3년 동안 괴물로 방치되어 있고,

송악산 20m 주상절리층은 그 위로 질주하는 자동차의 진동으로 붕괴 직전에 있고, 전망대 주위엔 담배꽁초 휴지조각이 널려있고, 볼쌍 사나운 비닐 덮개 상점, 송악산의 상징인 분화구 언저리는 사람들의 발에 밟혀 날로 원상이 허물어지고 있다.

이런데도 행정과 주민들 모두 나몰라라다. 그러면서 “누가 이산을 또 개발하지 않으려나” 목 내밀어 기다리고 있다.

정부는 2002년 학술조사를 통해 “송악산은 대한민국의 귀중한 자원으로 후손들에게 물려줄 국가지정 천연기념물로 지정할 가치가있다”고 결론 내렸으나 제주도와 남제주군은 귀와 눈을 꽁꽁 닫고있다.

바다는 어떤가. 얼마 전 제주특산어종인 다금 바리가 처음으로 인공 부화에 성공, 이를 바다에 방생하는 행사가 거창하게 벌어졌다. 좋은 일이다. 그리고 바람직한 일이다. 그런데 이들 어린 고기들이 바다 속에서 먹을 것이 충분하냐는 데 문제가 있다.

이들의 먹이는 플랑크톤 과 연안에 숲을 이루고 있는 각종 해조류다. 이 해조류가 없어지고 있다. 그 정도가 심각한 상태라는 것이다. 육지에서 우리들이 쏟아내는 각종 생활오수와 개인의 돈벌이를 위한 육상 양식장의 배출 수 등이 연안바다를 사막으로 만들고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도 행정이 손을 놓고 있다. 이런 현상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제주바다는 청정하다. 그러나 밑바닥은 사막이다.

제주타임스가 5년 전부터 바다환경대상을 제정하여 바다환경을 지키도록 권장하고 있다. 이를 뒤집으면 우리바다는 영원한 미래자원인데도 행정도 도민들도 버리고 있기 때문에 오죽해야 언론기관이 나서겠느냐는 것이다.

국제자유도시도 좋고 IT산업도 좋고 BT산업도 좋다. 우리속담에 “앉은 닭 두고 나는 꿩 잡으려다 헛발 디뎌 꼬꾸라진다”는 말이 있다.

양중해 시인이 외치듯 제주의 자연과 문화는 태양처럼 강렬하고 건강하다. 그리고 제주가 태양처럼 생명력을 발산할 때 세계인류는 제주를 향해 손짓할 것이다. 이것이 제주의 참모습이다. 제주의 세계화는 이런 제주의 참모습이 그대로 보여질 때에만 이루어진다.

이것을 모르는 몽매한 행정관과 사람들이 있는 한 제주국제자유도시나 우리가 바라는 미래는 결코 이루지지 않고 오지도 않을 것이다.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