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에 갇혀 있는 후세인이 ‘면벽(面壁)’을 하고 있다는 외신을 본 한 친구가 “지가 무슨 참선하는 스님이라도 된다고…”하면서 웃었다. 정좌한 채 오직 벽만 바라보면서 잠도 자고 식사도 하고 하는 면벽참선은 수행에 통달한 고승들의 행법이다.

효봉선사의 초인적 면벽 참선기 등은 지금도 전설처럼 회자되는 얘기다. 고승들의 ‘면벽’은 고행으로 중생을 구제하려는 고매한 불가정신의 지고의 표현인데 반해 후세인의 면벽은 무슨 의미를 담고 있을까? 하루아침에 권좌에서 떨어져 낙백(落魄)한 정신 이상적 독재자의 체념과 절망의 시위 말고는 다르게 해석할 길이 없다.

▶고승과 후세인의 ‘면벽’은 하늘과 땅만큼 그 질량에 있어서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고승의 수행이든, 후세인의 절망의 표현이든 ‘면벽’은 스트레스 학설에서 보면 엄청난 스트레스가 가해지는 현상이다.

그러나 고승의 것이, 고행을 통해 스스로 기쁨과 행복을 얻는다는 의미에서 바람직한 스트레스인 셈인 반면, 후세인의 것은 좌절과 절망이라는 고통스런 스트레스라고 할 수 있다.

▶학자들에 따르면 스트레스에도 바람직한 스트레스가 있고 바람직하지 않은 스트레스가 있다. 전자를 쾌 스트레스이고, 후자를 불쾌 스트레스라 칭한다.

쾌 스트레스란, 이를테면 평소에 감기에 걸리지 않게 위해 냉수마찰을 통해 인체를 단련하는 행위와 같다. 한 겨울에 냉수마찰을 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이지만, 이런 스트레스를 극복함으로써 쾌 스트레스의 단계가 찾아온다는 얘기이다.

인간은 불쾌 스트레스를 극복함으로써 쾌 스트레스를 얻을 수가 있고 또한 정신이 건강해지는 이치다.

▶제주도는 바다에 둘러싸여 있는 섬이어서 여름 견디기가 무척 어렵다. 연일 기온과 습도가 높아 ‘불쾌지수’ 또한 ‘상한가를 치고 있다. 올 여름은 유독 마른장마에다 평년보다 심술궂은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이래저래 경기도 나쁘고 휴가조차 제대로 갈 여유가 없는 서민들에게 가해지는 스트레스는 엄청나다. 이 여름의 불유쾌한 모든 것들과 친구가 되는 것은 고승과 같이 면벽고행을 통한 쾌 스트레스의 체험과 같다. 후세인식 면벽은 상상 속에서 코미디로 여기고 웃고 넘기면 이 또한 여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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