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홍수-지진 등 그 어떤 재난의 경우에도 당국의 대처 방법이나 능력에 따라 죽을 사람 살기도 하고, 살 사람 죽기도 한다. 인명뿐이 아니다. 재산도 마찬가지다. 재난관리 여하에 따라 집과 가재도구, 농작물들을 잃기도 하고, 지키기도 한다. 국가 하부 기간(基幹)조직인 도-시-군-구는 물론, 읍-면-동의 재난 관리 시스템 및 대처 방안-능력 등을 중요시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9일 밤부터 10일까지 제주도를 강타한 제3호 태풍 ‘에위니아’에 대한 당국의 대처 능력은 한마디로 형편 없었던 모양이다. 오죽했으면 태풍이 지나가자마자 제주도 감사위원회가 점검을 벌여 소방방제본부를 기관 경고했고, 총무과를 엄중 주의, 보훈청과 직업안정 사업소 두 곳을 주의 조치 했겠는가. 특히 태풍이 한창 위세를 부릴 때 소방방제청이 전직원 비상 근무를 명했으나 현지 소방방제본부에서는 ‘제주도 표준행동 매뉴얼’을 내세워 1/5만 비상 근무 했다니 정신이 있는 행동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도 본청과 행정시도 비슷했다. 관례나 요령-지침 등을 내세워 전직원 50%, 혹은 20%만 근무했다고 한다. 시시각각 위급이 닥쳐오는데 최소한의 기본이나 기준을 정한 행동매뉴얼만 놓고 이러쿵저러쿵 편한 방법을 찾는 것은 공복의 길이 아니다. 꼭 같은 공무원이면서도 일부 읍-면 직원들은 100% 사무실이나 재난 현장에서 근무했다지 않는가. 일반인들도 이웃에 재난이 닥치면 솔선수범 희생정신을 발휘하는데, 하물며 공복이란 사람들이 그 모양이었으니 한심하다. 다시는 이번과 같은 ‘부실 재난관리’가 없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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