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출범한지 한 달도 안돼 아무리 일손이 제대로 잡히지 않는 특별자치도라 해도 너무 하는 것 아니냐”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하자마자 1천억원 이상의 도민 혈세가 소요될 새로운 도 본청 청사를 건립하겠다고 나서는 도 당국에 대한 도민들의 목소리는 ‘어이없음’을 넘어 분통에 가깝다. 그렇지않아도 재정자립도가 35%수준에 머물어 재정 대외의존도가 높고 도 부채가 전국 최고 수준인 상태에서, 그것도 수습하고 챙겨야 할 일이 태산같은 상황에서 엄청난 예산이 필요한 새청사에 눈독을 들이려는 발상이 제 정신이냐는 뜻이다. 도는 18부터 열리는 제주특별자치도 의회 임시회에 제출한 업무보고서에서 “장기적 행정수요에 대비하고 주민편의와 행정능률 제고를 위해 적합한 새 청사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래서 타당성 용역 등을 시행하기 위해 내년(2007년) 예산에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현재의 각 실국이 분산 배치돼 업무의 비효율성과 관리운영의 문제점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참으로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3.  기존의 자치단체까지 폐지하며 행정 계층을 하나로 만들어 제주특별자치도로 출범한 것은 행정의 ‘고비용 저효율’을 ‘저비용 고효율’로 바꾸기 위한 것이었다. 한마디로 행정비용을 줄이겠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도농(都農)간 격차가 없는 지역균형 발전을 담보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도청 일부 부서를 산남에 배치한 것이 아니던가. 사실 제주특별자치도는 읍면동 기능을 강화하고 비대한 도 본청의 몸피를 줄이는 방향이 옳다. 오히려 통합 행정시를 없애고 읍면동에 서기관급 이상의 유능한 공무원들을 배치하고 인력을 늘려 읍면동과 도간 직거래 행정을 펴는 것이 제주특별자치도의 취지에 걸 맞는다는 의견도 계속되고 있다. 이 같은 의견은 읍면동에 행정의 몸피를 불려 밀착형 대민행정 기능을 강화하고 도 본청은 정예의 핵심 기획참모 부서만 배치하여 살을 빼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장기적인 안목에서 볼 때 제주특별자치도 행정조직 정비는 읍면동을 강화하고 도 본청을 축소하는 것이 바른 방향이라 할 수 있다. 더구나 지역균형 발전의 명목으로 일부 실국을 지역에 분산 배치해놓고 한 달도 되지 않아 이를 ‘비효율적 행정’으로 낙인찍어 새청사 건립의 빌미로 삼으려는 것은 그 자체가 모순이며 정직하지 못한 행정행위다.

3.  그리고 백번 양보해서 도가 내세우는 새청사 필요성을 이해한다고 해도 지금은 때가 아니다. 업무의 효율성은 행정 사무공간이 아니라 공무원들의 업무능력과 성실 봉사와 책임의식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또 지금은 정보통신 기술에 의한 행정 시스템이 자리잡혔다. 사무실간의 거리가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 운영의 효율성이 행정의 효율을 판가름하는 바탕이다. 따라서 “글 못쓰는 사람이 붓 타령만 한다”는 속담처럼 “위민행정에 뜻이 없는 공무원이 번지르르한 사무실 타령만 한다”는 비아냥거림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도 이쯤해서 ‘도 본청 새청사 타령’을 접어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제주특별자치도는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뒤뚱거리는 형국이다. 통합행정업무에 잡음이 뒤따르고 시스템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무실이나 새 청사 타령은 접어두고 작동되지 않는 특별자치도의 기능을 점검하고 활력을 불어넣는 일이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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