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호 태풍 ‘에위니아’가 지나간 흔적 위로 장맛비가 또 이어져 내려 침수를 당한 우리네 가슴을 다시한번 쓸어 내리게 한다. 우리나라를 강타한 제 3호 태풍 에위니아로 전국의 도로 곳곳이 유실되고 많은 농경지가 침수되는가 하면, 빗길 교통사고 등으로 인명피해가 속출 했다.
이 시점에서 제주의 현실을 돌아보면 어떨까. 지난 ‘04년 구좌읍 지역등 물난리를 계기로, 보다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수해 대비책이 마련된 것임에는 틀림 없다. 하지만 거리를 돌아보면 장마가 계속되는 지금도 파헤쳐진 도로와 깎여 흙이 드러난 경사진 곳이 곳곳에 널려있으며 약간의 빗물만 들이쳐도 물웅덩이로 변해버릴 만한 패인 곳이 산재해 있다.
피해를 막기 위해 시작한 공사는 오히려 피해를 불러일으키는 공사라는 오명을 쓸 판국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번 장마는 강풍과 함께 많은 비가 내렸으며 그 끝자리에 또 다른 큰 태풍이 이어질 듯 하다고 한다. 사람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을 만큼 쏟아지는 비라지만, 여기서 우리가 다시한번 생각해 보자 우리가 여러 차례 사고를 겪으면서, 어디가 문제인지 어떤 사고가 일어날지 알면서도 반복되고 있다는 것은 우리의 재난예방 자세가 아직 미흡하다 할 수 있다. 당연 행정당국의 탓만으로 돌릴 수는 없다.
안전불감증이 팽배한 세태, 아무리 준비가 철저하다 하더라도 기상예보 발표와는 무관하게 무리한 산행을 하는등 우리자신 스스로가 위험을 자초하는 경우가 잦은 것이 사실이며, 재난예방을 당국에만 미루고 손을 놓아버리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장마철, 폭우와 홍수 등에 미리 대비해 주변 하수구의 나뭇잎, 고사목등 쓰레기를 치워 본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사고 이후 수많은 대책들이 무성해도 실효를 거두기 힘든 까닭은 민관 협력이 여의치 않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도시에서는 도로, 빌딩으로 인해 자연배수가 나쁜 경우가 많으며, 하수관의 배수 용량이 부족하고 지면이 낮은 지역에 집중적으로 물이 모일 경우 시간당 20∼30㎜의 비가 1∼2시간 내리는 것만으로도 침수될 가능성이 높아 보완할 필요성이 크다. 여의치 않을 경우 위에 언급했듯 주변의 작은 쓰레기를 정리하여 배수가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
내가 치운 작은 쓰레기가 홍수를 예방한다고 생각하면 결코 작은 일이 아닐 것이다. 또한 농촌과 산간 지역에서는 노후 가옥 보수, 비닐하우스 관리, 소하천 등에 안전조치를 취하며 산사태 등에도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해안지역 역시 저지대 및 위험지구에 대한 경계 강화와 함께 항해 선박은 재난재해 발표에 따른 사전조치를 철저히 이행해야 한다. 이렇듯 도민이 재난·재해 예방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자율방재에 참여할 때 재난 대책이 가장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해마다 되풀이되어온 수해는 인력으로 어쩔 수 없는 천재인 경우도 있지만, 안전불감증 으로 인한 인재가 적지 않았던 게 사실인 만큼 계속되는 재난 앞에 하늘만을 탓하며 피해를 입기보다 행정당국의 예보 체계에 귀를 기울이고, 예방대책을 숙지해 실행에 옮겨 민관의 유기적인 협조체제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제주특별자치도민으로서 확고한 안전도시 만들기에 힘쓰고 더 이상 천재가 아닌 인재를 입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안전도시는 누가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들기의 주체인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 수 현 (오라119센터 소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