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 출범, 그 새로운 시대의 개막과 함께 최근 회의가 부쩍 늘었다. 기존의 북제주군과 하나로 통합된 우리 제주시의 경우 예전과 다르게 시 본청 국장과 간부공무원, 동장에 이어 읍?면장까지 회의 참석자도 늘고, 회의 진행시간도 길어졌다.
하지만 어느 조직이나 있게 마련이듯이 회의는 조직운영상 필요한 사안이다. 정보를 공유하고 안건을 처리하고 문제를 해결하는데 가장 많이 활용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의가 얼마나 생산적인지, 업무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의문을 제기한다.
심지어 어떤 직원들은 회의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며 냉소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회의는 모든 구성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솔직하고 활발하게 의견을 주고받는 가운데 문제를 해결하고 일에 대한 의욕을 재충전할 수 있는 기회이다. 그런데 조용히 들어와 할 일과 스트레스만 받아가는 회의는 이제 과감하게 바꾸어야 한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이제 막 닻을 올리고 항해를 시작한 마당에 우리 행정조직 자체의 회의문화를 새로운 틀에 맞게 변화를 시도하는 것도 우리가 가고자 하는 목적지를 성공적으로 찾아가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자, 공직사회 변화를 위한 혁신의 한 물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본인이 경험하고 있는 사안이지만 행정조직 내부의 회의문화는 딱딱하고 지루하며, 지시일변도의 회의를 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공무원들의 창의성과 열정, 책임감 그리고 한번 해보자는 분위기가 넘치는 회의 분위기로 변해야 한다. 웃음과 활력이 저절로 넘치는 그런 회의가 되어야 한다. 이처럼 회의 분위기에 활력과 생동감이 넘칠 때 독창적인 아이디어는 물론 끝까지 해내겠다는 사기와 책임감도 자연스럽게 높아질 것이다. 회의의 생산성은 바로 회의의 활력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평소 갖고 있던 좋은 아이디어도 무겁고 딱딱한 분위기 속에서는 순간적으로 생각이 안 날뿐만 아니라 말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워 진다. 따라서 회의 참여자가 보다 솔직하고 자유롭게, 적극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내놓을 수 있도록 회의 분위기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회의 분위기를 재미있게 하려면 기존의 길들여진 사고를 바꾸어 때때로 좀 엉뚱한 방법을 쓸 필요가 있다. 회의시간도 가급적 짧게 해야 한다. 문화적 충돌이란 말을 하기도 하지만 이제 우리는 그 충돌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일리노이 주에 있는 에이지아이(AGI)사의 최고 경영자는 월례 회의를 시작할 때, 참가자들에게 자신을 가장 당혹스럽게 할 수 있는 질문을 하도록 제안한다. 그리고 가장 당혹스러운 질문을 한 사람에게 간단한 시상을 하는 것으로 회의를 시작한다. 최고 경영자의 이런 노력은 구성원들의 심리적 거리감을 줄여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회의를 재미있게 하면 일 자체도 재미있다. 회의에서 재미있는 활동이나 사례 또는 유머 등은 회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고 참석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는 훌륭한 촉진제이다.
회의 분위기를 보다 재미있게 만들려는 것은 참석자들이 보다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이야기 하고, 구성원간의 스트레스를 줄여 심각한 문제라도 적극적으로 풀어내기 위한 것이다.
또한 재미있는 회의 진행은 구성원들이 회의 주제에 대하여 보다 창의적이고 도전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 그래서 회의가 재미있을수록 일에 대한 구성원들의 자발과 헌신이 높아지는 것이다. 아무리 심각한 주제를 다루는 회의라도 그 시작이 재미있다면 구성원들은 좀더 다양한 의견들과 창의적인 해결책들을 적극적으로 낼 수 있게 마련이다.
제주특별자치도 시행과 함께 앞으로 우리 행정조직의 회의가 재미있는 방식으로 바뀌어 참여자들의 창의력과 자발성을 키워주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   상   호 (제주시 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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