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분만(自然分娩)이 제왕절개분만보다 훨씬 바람직하다는 것은 의사도, 임부도, 보호자도, 아니 거의 모든 성인들이 인정한다. 그럼에도 바람직한 자연분만을 마다하고 제왕절개분만을 선호하고 있으니 이상한 일이다. 특히 제주에서 더욱 그렇다니 모를 일이다. 작년 상반기 제주 지역 제왕절개분만율이 44.9%였다고 한다. 이는 전국 평균 37.5%에 비해 7% 이상 높은 것으로 전국 최고다. 심지어 광주의 28%보다 거의 갑절에 가깝다. 선진국들 대부분은 임산부 중 20%만이 제왕절개분만이요, 나머지 80%는 자연분만이다. 그리고 세계보건기구(WHO)의 제왕절개 권고율이 겨우5~15%다. 이로 볼 때 제주 임산부들의 무차별적 제왕절개 수술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현존하는 통계상으로는 문명국일수록 자연분만율이 높다. 그렇다면 제주의 높은 제왕절개분만율은 바로 뒤떨어진 문명지역임을 말해 주고 있다. 이런 부끄러움에 대한 책임은 과연 누구에게 있는가. 진실로 임산부 자신에게만 있는가. 남편에게는 없는가. 부모는 어떤가. 물론 이들에게도 책임이 없지 않을 줄 안다. 그렇다면 의사들은 면책(免責) 대상인가. 모르긴 해도 의사들의 책임이 더 클지도 모른다. 임산부들은 분만을 생사의 갈림길로 생각한다. 그만큼 그들은 절박감에 사로잡히게 된다. 이때 의사의 한마디는 결정적이다. 아니 침묵으로만 일관해도 산모들은 제왕절개를 생각하게 된다. 의사도, 임산부도, 보호자도, 제왕절개분만이 산모에게 나쁘다는 것을 아는 이상, 서로 자연분만을 권유해 주고 실천도 하자. 여기에는 누구보다 의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것은 인구정책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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