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김태환 도정의 최우선 경제현안(economics question) 으로 꼽았다고 해서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닐 것이다.

최근 제주도가 현장 중심으로 지역경제 살리기 위해 236억 원의 추경예산을 투입하였으나, 이는 응급환자에게 긴급 수혈을 한 정도에 불과하고 중병에 걸린 제주경제를 치유(治癒)하는 근본 대책은 아니다.

미국이 1933년부터 뉴딜정책을 실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1940년 제2차 대전이 발발할 때까지 약 20%의 높은 실업률을 낮추지 못한 사례에서 보듯, 공공부문의 지출 확대를 통해 경제회복을 도모하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기 때문이다.

외자(外資)가 유입되고 미국정부의 재정지출확대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지만 그것만으로 공황을 벗어나지 못했다. 외자유치, 정부지출은 경제의 가지(枝)는 될 수 있을지언정 몸뚱이(幹)는 아니기 때문이다.

경제가 회복되려면 가지가 아니라 몸뚱이가 회복되어야 한다. 제주경제의 몸뚱이는 민간 기업이다. 민간 기업들이 되살아나야만 제주경제가 회생한다. 경쟁력 잃은 기업들은 과감히 도태시키고 이른바 지가(知價)사회에 적합한 새로운 경쟁력 있는 기업들이 창업되는 것만이 제주경제가 회생하고 제주의 산업구조가 성공적으로 조정되는 길이다.

제주경제의 현주소는 이렇다. 지갑이 비어 있어서 당분간 소비가 살아날 수가 없고, 그렇다고 해서 내수(內需) 촉진에 힘을 보태줄 관광산업의 성장추세도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우리를 더 서글프게 만드는 것은 농업소득은 줄고 빚만 늘고 있는 제주농업의 실상이다.

지난 세기까지만 하더라도 민생안정에 디딤돌이 된 것은 감귤을 주축으로 한 농업경제였다. 그러나 글로벌 경제체제하에서 가격경쟁력을 상실했기 때문에 비록 매년 생산량은 증가했지만 오히려 농가소득은 감소하였다.

일찍이 농산물 및 원재료가 만성적인 공급 과잉 상태에 있다는 세계 경제의 현실을 수용하였다면 이렇게 참담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더구나 앞으로 1차 산업 생산물의 교역조건이 점점 악화될 것이 예측되므로 ‘농업벤처’로 살길을 찾아야 한다.

단기처방으로는, 제주도가 도내 농축수산물의 가격안정을 위한 예산과 법제를 마련하여 손익분기점 수준의 소득을 얻을 수 있도록 민간의 경제활동을 조장(助長)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관치(官治)경제를 하라는 주문은 아니다.

제주도의 경제정책은 국제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최소한 그것을 손상시키지 않는 방향으로 수립되어야만 성공을 거둘 수 있다. 따라서 사업성 예산은 성장(成長)쪽에 선택과 집중이 돼야 한다. 2년 후 선거를 의식해서 선심성 분배를 한다면 과거와 달라질 것이 없다.

또한 중앙정부에 대하여 큰 기대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신 행정수도건설에 따른 수십조 원의 막대한 재정수요와 미군철수에 따른 국방예산의 증가로 제주도는 찬밥 신세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 시행령을 고쳐 제도적 측면에서 투자환경이 상당히 개선되었지만, 급변하는 대내외 경제 환경에 비추어 보건대 기대한 만큼의 실질투자가 이루어질지는 미지수이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였다고 외치면서도 기업의 투자족쇄를 채우고 있는 각종 토지규제가 완화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토지이용규제를 단순화, 투명화, 전산화하고 원활한 산업용지 공급을 위해 민관합동 ‘규제개혁위원회’를 도지사 직속으로 설치해 토지이용규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외국인학교 설립, 출입국관리 개선 등 외국인 정주(定住)에 필요불가결한 생활환경 개선책을 시급히 내놓아야 한다.

관광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제주도가 지역항공사설립에 참가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출자총액은 10% 내외에서 그쳐야 한다. 시장경제원리에 맞춰 민간 기업이 소유와 경영을 맡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현재 제주기점 국내항공노선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독과점 체제이다. 지역항공사를 만들겠다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이런 독과점 체제를 부수고 경쟁체제로 가겠다는 것과 다름이 아니다.

그렇다면 현행 국내항공노선개설에 관한 건설교통부장관의 면허권한(항공법 제112조)과 운임 및 요금의 인가권한을, 제주도지사에게 각 이양하도록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을 개정, 보안하는 입법청원을 고려해야 한다. 왜냐하면 섬과 제주국제자유도시의 특수성에 비추어 그런 권한 이양이 매우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끝으로, 제주국제자유도시의 최고 지도자는 지식정보사회의 발전 속도, 인천 등 경쟁 도시의 변화속도보다 도정 시스템의 변화속도를 더 빠르도록 만들어야 한다. 金지사 자신부터 몸에 밴 시장 스타일을 버리고, 도정에 혼재하는 무능과 비합리를 통찰함으로써 혁신과 적응을 통하여 새로운 도정 시스템을 창조하는데 리더십을 발휘하길 바란다.

논설위원 김   승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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