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 출범 한 달을, 마치 1주년이나 3주년쯤으로 착각하는 도민들은 없는지 모르겠다. 자치도(自治道)가 된지 이제 겨우 한 달인데 벌써부터 실패한 것처럼 비판만 쏟아 내거나 실망의 소리만을 늘어놓는 도민들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한 달이라는 기간은 약효 빠른 한방보약(韓方補藥)을 먹더라도 아직 별다른 반응을 느낄 수 없는 짧은 어간이다. 아무리 천하 제일 가는 최상의 정책이라 하더라도 시행 1개월 사이에 마약처럼 재빨리 효과가 나타나 환락에 이를 수 있는 그런 상지상책(上之上策)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아니 상지상책일수록 오랜 시일을 거치면서 서서히 그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는 법이다. 그렇다고 제주특별자치도가 시행착오를 전혀 저지르지 않고 있다는 얘기가 아니며, 건전한 비판을 부정하는 것도 아니다. 이를테면 행정 계층 구조 개편을 하면서 행정시를 둠으로써 도와 읍 면 동만의 완전한 2단계 단순 체제 구축에 실패한 점이다. 이 때문에 일어나는 도민 불편에 대해서는 비판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것은 얼마든지 시정이 가능 한 문제이며 앞으로 바로 잡힐 것으로 믿는다. 사실 특별자치도라는 것이 무엇인가. 일반 자치단체보다 한 차원 높은 자치권을 주민에게 부여해 주는 것에 불과하다. 덧 붙여 말한다면 중앙정부가 갖고 있는 수많은 권한들 중 일정 부분을 특별자치도민에게 더 많이 되돌려 주는 것일 뿐이다. 그러므로 제주도에 특별자치도의 지위를 부여해 준 것은 특혜며, 바로 이 특혜는 중앙정부가 그만큼 제주도민의 역량을 믿고 있다는 뜻도 된다. 따라서 특별자치도의 미래는 오로지 주민들의 마음먹기에 달렸다. 실패하게도, 또 성공하게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자치도 출범 겨우 한 달인데, 전환기에 흔히 나타날 수 있는 몇몇 불편한 점을 두고 실패니 실망이니 하는 정나미 떨어지는 불평만을 일삼는 도민들이 많다면 그것은 자치도를 위해 바람직하지 못하며, 매우 우려할 일이기도 하다. 자치도가 되었다고 모든 분야가 단기간에 확 바뀌기를 기대하는 도민이 있다면 과욕(過慾)이다. 그리고 그 과욕은 경계의 대상이다. 특별자치도야말로 과욕 없이 주민의 책임과 자치역량으로 키워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내-기다림-긍정적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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