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사람의 가장이 경마 때문에 패가망신 당했다. 비정의 아버지가 어린 두 딸에게 ‘우승마 기도(優勝馬 祈禱)’를 하라며 6년 동안 학대해 오다가 경찰에 구속된 것이다. 매우 충격적인데다, 제주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큰 사건이다. 그것은 우선 이 사건의 원인이 경마중독증(競馬中毒症)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이다. 경찰 수사 결과 범인인 아버지는 경마에 정신이 푹 빠져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자작 경마경(自作 競馬經)’까지 만들 수 있으며 또 그것을 어린 딸들이 외워서 우승마를 맞추도록 강요할 수 있단 말인가. 더구나 어린 두 딸에게 하루 7~8시간씩 우승마 기도를 올리도록 억지를 쓰는 것만도 여간 가혹한 일이 아닌데, 우승마 번호를 맞히지 못한다고 폭행까지 일삼았다니 경마에 미쳐도 이만저만 미쳐버린게 아니다. 경마로 인한 패가망신이 어찌 이뿐이겠는가. 그러한 예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데 문제가 심각하다. 제주도에 경마장이 들어선 이후 밭과 집을 날린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요, 부부싸움은 약과이고, 심지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까지 있다니 심상한 일이 아니다. 물론 세수(稅收) 확대 등 잇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듯 경마로 인한 피해가 점점 커가고 있음에도 최근 또 다시 내국인 카지노 유치 필요성까지 강조하는 축들이 있어 걱정이다. 좁은 제주섬에 골프내기-경마 내기-내국인 카지노 내기-PC방 내기에다 고유의 화투 내기까지, 그저 내기 내기들이니 그 내기만 하다보면 제주의 몰골은 어찌될 것인가. 이번 ‘우승마 기도’ 가혹 학대 사건은 그래서 충격이 큰 만큼 시사하는 바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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