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환 제주특별자치도 지사가 기자간담회를 갖고 “임기중(任期中)에는 행정시를 폐지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 이유가 행정시는 ‘도민들의 선택’이라는 것이다. 아마 김태환 지사는 행정계층 구조 개편안이 주민 투표에서 통과됐기 때문에 행정시를 도민의 선택으로 보는 모양인데, 그것은 큰 착각이다. 도민들이 진실로 선택하고자 했던 것은 제주도의 3단계 행정 구조 중, 중간 단계인 4개 시-군을 없애 도-읍 면 동의 완전한 2단계 행정체제로 만드는 것이었다. 결코 2개의 통합 행정시를 바란 것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개 통합 행정시가 탄생한 것은 당국이 구조개편을 위한 혁신안을 단일화하면서 그것을 일부러 끼워 넣었기 때문이다. 시-군 폐지에 반발하는 도민들을 무마하기 위한 하나의 전략이었다. 따라서 시-군폐지를 주장하는 도민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통합행정시가 끼어든 것에 크게 불만을 갖고 있으면서도 기존 행정체제보다는 낫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혁신안을 통과 시켰던 것이다. 그러므로 ‘도민의 선택’을 명분으로 행정시 폐지를 반대하는 것은 민의(民意)의 곡해요, 억지 변명에 불과하다. 백번 양보해서 ‘행정시’가 도민의 선택이라 하더라도 시행 결과 문제점이 많다면 당연히 개정(改正)해서 폐지해야 한다. 국민투표로 결정되는 헌법 조항이라 하더라도 나중에 잘못이 발견되거나 시대 변화에 따라 필요하다면 개정할 수 있지 아니한가. 우리는 행정시야말로 구조개편 과정에서 가장 잘못 끼어든 ‘독소‘라고 보기 때문에 반드시 폐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는 김태환 지사에게 한가지 물어볼 말이 있다. “임기 중에는 행정시를 폐지 할 일이 없을 것”이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임기가 끝나 지사가 갈리면 폐지해야 된다는 뜻인지 분명한 답을 듣고 싶다. 만약 4년 후 폐지될 행정시라면 하루라도 빨리 없애는 게 좋다.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