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실 감사위원장 내정 자에 대한 임명동의 안이 의회에서 부결된 것은 하나의 사건이다. 이번 감사위원장 임명동의 안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매우 의미가 큰 것이었다. 지난 7월 1일 출범한 제주특별자치도 초대 지사가, 처음으로 발족한 감사위원회의 첫 위원장을 내정, 도의회에 역시 사상 처음으로 임명동의를 요청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의회는 청문회의 검증을 거쳐 본회의에서 갑절에 육박하는 큰 표 차로 임명동의 안을 부결해버린 것이다. 이유는 중책을 수행해야 할 특별자치도 감사위원장으로서 도덕성에는 문제가 없지만 소신과 전문성이 미흡하고, 독립성 확보에 적절치 않아 중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감사위원회의 사무국장과 친인척관계라는 점도 지적되었다.

물론 도의회로서도 임명동의 여부를 놓고 심사숙고를 많이 했을 것이며, 고민도 적지 않았을 줄 안다. 그리고 감사위원장 임명동의 여부는 도의회의 권한이므로 그 결과를 놓고 왈가왈부할 필요가 없을지 모른다. 다만 부결의 주요 이유가 된 소신, 전문성, 독립성, 중립성 등의 부족-미흡-훼손이란 평가 내용이 구체적이지 못하고 너무 관념적이란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아마도 이점은 도의회로서도 뒷맛이 개운치 않을 것이다. 도의회가 첫 감사위원장 내정 자에 대한 임명동의를 거부해버림으로써 임명권자인 도지사는 물론, 의회 스스로도 앞으로 큰 부담을 안게되었다. 도지사로서는 정치적 타격 외에 다음 임명 내정 자 인선에 어려움을 겪게 되었고, 의회로서도 다음 번 임명동의 인사가 이번 부결된 인사보다 월등한 적격자가 아닐 경우 도민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를 수도 있기에서다.

어떻든 고 창실 내정 자에 대한 임명동의 실패로 감사위원회가 너무 장기간 표류하게 된 것은 바람직한 일이 못 된다. 김 태환 지사는 하루라도 빨리, 그리고 신중히 다음 내정자를 인선해야 하며, 의회도 철저한 두 번째 청문회를 준비해서 소신-전문성-독립성-중립성은 말할 것도 없고, 도덕성까지도 확보한 최 적격 초대 감사위원장이 임명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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