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역전이라는 말은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이는 말은 아니다. 사람들은 인생을 역전시키는 일이 쉽지 않음을 알면서도 인생역전에 대한 꿈을 꾼다. 인생역전, 그 것은 천지개벽이나 다름없는 큰 사건이다.

우리들 기억에서 쉽게 잊혀지지 않는 인생역전의 단초는 흥부전(興夫傳)이 그 시초가 아닐까한다. 흥부전은 조선후기의 판소리계통의 민담을 체계화한 소설로 작자와 연대는 알 길이 없다.

이 소설은 권선징악(勸善懲惡)과 인과응보(因果應報) 사상을 서민사회에 파급시키려는 교화적 의도를 내포하고 있다. 시대적으로 조선후기는 반상(班常)과 빈부의 격차가 사회저변에 팽배해 있을 때였다.

어느 날 찢어지게 가난한 연흥부(燕興夫)라는 사나이는 다리가 부러진 제비와 조우하면서 인생역전의 계기를 마련한다. 제비다리에 ‘깁스’를 해서 날려 보냈더니 이듬해 강남 갔던 제비가 박씨를 물고 오면서부터 흥부의 인생역전‘드라마’는 전개 되는 것이다.

여기에 보은의 상징으로 등장하는 제비를 우리는 은혜를 아는 새, 봄의 전령사 등으로 불러왔다. 그런데 그 제비가 잘 보이질 않는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도심의 전깃줄에 새까맣게 앉아 있던 제비들이 다 어디로 간 것일까. 현실적 사회상을 풍자한 말이긴 하지만 제비가 자취를 감추기 시작한 것이 우리가 경제 위기로 허덕이던 IMF를 맞았을 때를 전후해서라는 말이 역설적으로 받아드려진다.

모두가 어려울 때라 인생역전을 노리는 사람들이 놀부 심사를 발동하여 제비다리를 일부러 부러뜨릴지 모른다고…. 그래서 미리 겁을 먹은 제비들이 한국행을 포기한 것이 분명하다고 기염을 토한다.

그 말을 들으며 설득력이 있다고 풍자적으로 받아드리는 게 작금의 사회풍조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제비들의 예측은 빗나가고 말았다. 요즘은 제비다리를 ‘깁스’하는 복잡하고 어려운 절차를 밟지 않아도 일주일에 한 번 씩 인생역전‘드라마’의 주인공이 탄생한다.

제비다리에 ‘깁스’를 하고 날려 보낸다고 해서 행운의 박씨를 물어다준다면야 천만다행이지만 자칫 화를 자초하여 놀부 신세가 될지도 모르는 일에 신경 쓸 필요가 없어졌다. 아주 쉽게 푼돈을 투자하고 일주일을 기다리면 인생역전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데, 제비다리를 부러뜨리고 ‘깁스’를 하는 성가신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인생역전의 기회가 주어지는 ‘로또’복권이 몇 해 전에만 시행됐더라도 제비가 이 땅으로 향하던 머리를 돌리지는 않았을 텐데,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조선후기로부터 지금까지 연흥부 라는 억세게 재수 좋은 사나이 말고 제비다리에 ‘깁스’를 해주고 인생역전의 기회를 잡은 사람이 있었다는 말을 들어보질 못했다.

제비를 통한 인생역전은 이토록 어려운 것이다. 이제 우리는 제비를 매개로한 인생역전의 꿈은 버리는 게 좋을 듯하다. 국가적으로 경제가 위기에 처해 있다. 아니다. 조금 어려울 뿐이다. 등 말들이 많다.

경제가 위기인지 침체인지는 알 수 없으나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만은 분명하다. 이럴 때일수록 인생역전을 꿈꾸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일주일에 백 몇 십억, 인생역전을 꿈꾸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로또’복권 당첨금은 불어나게 되어 있다. 누구나 한 번 쯤 시도해 볼만한 장사다.

수필가   조   정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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