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군 당국의 ‘해군기지 설명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동안 견지해 온 ‘반대 입장’에 추호의 변함이 없다. 이러한 우리의 입장은 화순 항이나 위미 항뿐만 아니라, 제주 어디에도 해군기지가 건설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까지를 포함한다. 우선 우리는 이번 군 당국의 ‘제주해군기지 건설 설명회’를 보고 크게 놀랐다. 이것은 사업 설명회가 아니라 사실상 ‘제주해군기지 강행선언’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이날 참석한 해군본부 정옥근 소장, 방위사업청 구옥희 준장, 해군기지기획단 강승식 대령 등의 발표를 보면 제주해군기지 건설은 현지 주민이나 도민 의사에 관계없이 이미 착수된 것이나 마찬가지며, 그래서 앞으로는 이를 강행해 나가겠다는 선언에 다름 아니다. 이런 정황은 해군 관계자들의 말속에 충분히 내포돼 있다.

첫째, 1993년부터 13년간 공들인 제주해군기지는 이미 대통령 재가를 얻은 국책사업으로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것.

둘째, 최근인 6월 28일 초기단계 예산이 국회 국방위를 통과했으며, 급기야 7월 1일에는 제주해군기지사업단이 창설됐고 드디어 8월 9일 기초조사를 발주, 현재 입찰 공고 중인데, 오는 11월중에는 해군기지 최종 후보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한다.

셋째, 국가 안보를 놓고 투표를 실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기본 입장이며, 8000억 원을 투입, 올해부터 2014년까지 제주해군기지 건설사업을 완료한다는 얘기다. 이상의 내용들은 그 동안 베일에 가려졌던 것들인데, 해군당국이 설명회라는 명분을 빌어 찬-반 투표 불필요론까지 펼치면서 자신 있게 털어 놓은 것은 앞으로 사업을 강행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로 받아들여도 좋을 것 같다.

그러나 지역주민들에게 가장 민감한 사항, 그것도 해군기지 건설 문제를 주민들의 의사에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밀어 붙여도 되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솔직히 말해 해군기지를 찬성하는 측도 일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상당수 도민들의 반대의견을 뭉개버려서는 결코 안 된다. 우리 또한 미리부터 일관되게 반대해 온 터다. 그 이유는 기회 있을 때마다 여러 차례 밝혀 왔으므로 여기서는 생략하거니와 아직도 늦지 않았으니 해군 당국의 심사 숙고를 재 촉구한다. 해군기지를 억지로 밀어붙이다가 일이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해군의 책임임을 분명히 밝혀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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