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은 없고 빚만 늘고 있다. 사채까지 증가하고 있다. 농가 당 부채 4399만원 중 금융기관 빚은 3900만원, 사채는 499만원이다. 사채가 증가하는 것은 금융권에서의 돈 빌리기가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농사를 지으면서 부채가 쌓여만 가는 이런 현상은, 어디 우리 제주뿐인가? 우리들은 농촌에서 쫓겨나고 농가부채에 신음하며 농약을 마시고 자살하는 농민들이 줄을 잇는, 그런 세상에 살고 있다.
열 명중에 여섯 명이 비정규직 노동자로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구조조정의 칼날에 치어 언제 해고될 지 모르는 위기에서 안타까운 죽음이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국민의 아픔을 치유하고 희망을 준다던 정치권은 묵묵부답이다. 그들은 차떼기 정치를 일삼았으며, 당리당략에 눈이 먼 탄핵정치로 국민의 불신과 저항으로 심판 받았다.
왜 힘을 가진 자들은 약한 사람들을 끌어안고 함께 살아가지 못하는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하는 국회가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민의 국회로 거듭 날 수 있을까?
이러한 때에 희망을 던져줄 국회의원들은 안 나타날까? 우리들은 과거 보수정당의 행태에 너무나 많은 실망을 했다. 이제 진보정당 민주노동당에 희망을 걸어볼 만 하지 않을까? 농민 출신 강기갑 의원은 국회에 입성 이후, 자연과 흙이 그리워진다고 했다.
왜 강 의원은 흙이 그리워진다고 했을까? 비록 일이 고되고 수지가 맞지 않아 나날이 한숨이라 해도, 거짓 없는 흙과 욕심 없는 자연의 섭리에 따라 농사짓는 고향이 그리웠을 것이다.
강 의원은 국회에서의 각오도 잊지 않았다. 불신과 지탄의 대상이 되어오던 정치판을 신뢰와 참신함으로 바꾸고 싶다고 했다. 소외 받고 가난한 서민들을 끌어안는 정치, 국민의 건강과 먹을거리를 책임지는 농업회생의 정치 꿈을 안고 등원을 했건만, 개원 이후 겪은 경험들은 너무 황당하여 어이가 없다고, 속내를 들어내었다.
그리고 제주출신 현애자 의원에게도 희망을 걸어본다. 현 의원은 가장 서름 받는 장애인과 더불어 국정의 출발을 내디뎠다. 장애인이동권연대 회원들과 함께 '장애인이동보장법률 입법청원서'를 제출하려 했지만 경찰에 의해 국회 출입을 저지 당했다.
경찰이 장애인들의 이동을 집회로 규정하고 전투경찰을 동원해 국회의원의 국회출입까지 막는 만행을 저질렀다. 국민들이 입법청원을 위해서는 국회의원 추천이 있어야 한다.
현 의원이 대표발의를 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현 의원 입장에서는 자신을 찾아 온 손님이다. 국회의원의 손님이자 입법청원을 하러 온 국민과 국회의원을 가로막는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강기갑 의원과 현애자 의원 모두 농민 출신이다. 두 의원은 금강산에서 개막한 남북농민통일대회도 다녀왔다. 현역의원이 남북한 농민들이 주관하는 행사에 참가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 의원은 앞으로 어처구니없는 일들을 보고 겪으면서 마음이 메말라지고 정치판이 싫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배울 것은 없고 마음속에 화만 쌓일 수도 있을 것이다.
거짓 없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정화시켜 새로운 생명의 터전을 준비하는 흙이 그리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힘을 가진 자들은 약한 사람들을 끌어안고, 함께 살아가는 그런 세상을 위하는 날까지 눈을 부릅뜨고 국회를 바로 지켜야 하는 일도, 두 사람과 더불어 민주노동당의 몫일 것이다.
김 관 후 (북제주문화원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