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루에 의한 농작물 피해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장장 10여년에 걸쳐 연례 행사처럼 되풀이되고 있는 노루들의 반란이다. 현재로선 노루들의 반란이 언제 끝날지 알 수가 없다. 아니 이러한 노루의 수난(獸亂)은 계속 이어질지도 모른다. 10여 년간 노루의 반란에도 불구하고 당국은 속수무책이기 때문이다. 그저 한숨 짓는 것은 농민뿐이다.

제주시만 해도 올 들어 지금까지 440농가 617필지 439ha의 농작물이 노루 피해를 입었다. 더 큰 문제는 한라산 노루가 급격히 증식됨에 따라 농작물 피해도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138농가 213필지였던 피해규모가 올해는 벌써 3배가되고 있다. 서귀포시 쪽의 농작물 노루 피해도 제주시만 못하지 않을 줄 안다. 그렇다면 제주도 전체적으로 노루의 농작물 피해는 보나마나 어마어마할 것이다.

제주도 당국의 노루 피해에 대한 대책은 무엇인가. 고작 노루 방지용 그물을 지원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그것도 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야생 노루들이 그물을 찢고 침입하거나, 뛰어 넘어 들어가 피해를 주고있다는 것이다. 과거 그물 사용 이전에는 약품을 쓴 적도 있었다.

노루 기피 제(劑)를 외국에서 다량 수입해다 뿌려 봤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노루로부터 농작물을 보호할 수 없는 대책은 대책이랄 수가 없다. 그래서 속수무책인 셈이다. 귀한 것도 흔하면 천한 것이 될 수 있고, 천한 것도 드물면 귀한 것이 될 수 있다. 법으로 보호하고 있는 한라산 노루도 증식이 지나쳐 농작물에 큰 피해를 주고 있다면 그것은 이미 애물이다.

 따라서 보호하는데 하등 이상이 없는 범위 내에서 포획을 허용하는 묘안을 찾아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농작물 보호가 곧 농민 보호 아닌가. 한때는 인구가 너무 많아지고 있다며 만물 중에 가장 존귀하다는 인명(人命) 낙태까지 허용했던 게 인간 아닌가. 노루가 아무리 보호할 가치가 있다한들 사람 목숨보다 더 귀하랴. 한정(限定) 포획하는 길을 연구해 보자.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