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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제주지방법원이 ‘서부관광도로 교통사고 구상금 청구소송’ 관련 재판에서 “서부관광도로의 화단형 중앙분리대 설치는 잘못된 것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판결을 했다. 모 보험사가 지난해 4월9일 제주시 애월읍 상가리 지경 서부관광도로에서 94.5km로 과속하던 차량이 화단형 중앙분리대를 넘어 교통사고를 내 2명이 숨지자 ‘중앙분리대 시설 잘못’이라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가 기각된 것이다.

이 판결로 그동안 십수억원대의 국가예산 낭비와 차량통행 불편 등 각종 의혹과 논란을 불러왔던 ‘서부관광도로 중앙분리대 교체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미 8억원가까운 국가 예산을 들여 조성했던 친환경적 화단형 중앙분리대를 파헤치고 이곳에 또 다시 6억5천만원 가까운 예산을 들여 철제 가드레일을 시설한 진짜 이유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도로 관리청이 왜 이미 조성했던 전국 최고 수준의 녹지형 경관도로라는 평가를 받는 중앙분리대를 파헤쳐 주변조망과 어울리지 않는 철제 가드레일로 교체하게 됐느냐는 것이 의문의 핵심이다. 이 의문에는 “특정 업자를 위한 중앙분리대 교체가 아니냐”는 일각의 부정적 시각도 묻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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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관광도로는 2001년 8월 지방도에서 일반국도로 승격됐고 4차도로 확장공사와 함께 제주지방국토 관리청이 관리하고 있다. 총연장 29km중 22km가 완공 개통되고 있고 나머지 안덕-대정구간 7km는 확장공사가 진행중이다. 제주국토관리청은 4차로 확장 공사를 하면서 제주의 오름과 해안경관과 조화를 이루는 친환경성을 강조하기 위해 5개구간 5.2km에 폭 1.5m, 높이 25cm의 녹지화단으로 중앙분리대를 조성했다. 7억9600만원이 투입된 대형 공사였다. 그래서 전국 최고수준의 경관도로 분리대라는 평가가 있었다.

그런데 제주지방국토관리청은 막대한 예산을 들여 조성한지 채 3년도 안돼 화단형 중앙분리대가 교통사고에 취약하다는 이유를 들어 이들 파헤쳐 철거하고 이곳에 또 다시 예산 6억3250만원을 들여 철제 가드레일로 바꿔버린 것이다. 비상주차대시설 등을 합하면 14억2850만원이 이때 투입됐다. 제주지법이 지적한 것처럼 “가드레일형으로 교체한다고 해서 중앙분리대를 넘어가는 사고가 완전 방지된다”고 단정할 수 없는데도 그랬다. 사실 화단형 중앙분리대 조성 후 관련 소송 제기 때까지 중앙분리대를 뛰어넘는 교통사고는 두건이 고작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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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단지 이를 근거로 8억원 가까운 예산으로 조성된 시설물을 파헤치고 새로운 예산 14억5800만원을 투입했다면 누구로부터도 의문을 받기에 충분하다. 사고 방지가 목적이었다면 방지턱 높이를 높이는 등 친환경적 공법에 의한 보강시설이 가능하다.

그런데도 단지 몇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했었다고 전면 철제 가드레일로 교체 한 것은 아무래도 설득력이 약할 수밖에 없다. 또 철제 가드레일 설치를 기정 사실화하여 실물 충돌실험을 하면서 고작 두 차례에 시속 60~80km내에서 충돌실험을 했다면 제한 속도 80km/h를 뛰어넘는 서부관광도로의 과속운행(100-120km/h)관행을 무시한 요식적 실험이라는 지적을 받기에 충분하다. 법원이 밝혔듯이 “철제 가드레일이 중앙분리대를 넘는 교통사고를 완전히 방지할 수 없다”면 왜 화단형 중앙분리대를 철제 가드레일로 교체했는가 라는 의문은 더욱 중폭 될 수밖에 없다.

 만약 철제 가드레일에서 화단 중앙분리대 처럼 분리대를 넘는 교통사고가 2~3건 발생하면 또 다시 다른 형식의 분리대를 설치할 것인가. 그래서 철제 가드레일 선택에 대한 불신과 의혹이 제기되는 것이다. 이제는 법원 판결 등으로 제기되는 각종 의문들에 대해 도로관리 당국이 진솔하게 해명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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