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사리 확보한 국가예산을 제대로 집행하지 못하고 어영부영 하다가 이를 국고에 반납해야 한다면 정상적인 행정예산 집행이라 할 수 없다. 이는 행정당국이 엉터리 예산계획을 세웠었거나 예산 집행 공무원들의 무사안일 예산집행 등 무계획 무소신 무능력 행태를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다 당연히 집행해야 할 예산은 어수룩하게 다루면서도 제 밥그릇 챙기는 것이나 다름없는 업무추진비 집행은 100%를 기록하고 있다면 이 역시 정상적인 예산관리라 할 수 없다. 지난해 도 당국의 예산 집행은 바로 이 같은 ‘이중적 예산 관리’의 대표적 예라 할 수 있다. 도 보건복지여성국(이하 복지국)의 지난해 예산 집행사례가 그렇다. 도의회 복지안전위원회에 따르면 복지국 총예산 1163억1500만원 가운데 집행하지 못한 예산이 21억9200만원이 된다는 것이다. 이중에 사업타당성부족, 사업 우선 순위 선정 잘못, 사업추진 미흡 등으로 국고로 반납된 예산도 8200만원이 된다. 이외에도 1억원의 노인복지 관련 예산을 다른 분야사업으로 돌려썼거나 여성관련 사업비를 일반운영비로 전용하는 등 예산 회계질서를 문란케 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와는 반대로 선심성 소비성 낭비성이 강한 업무추진비 등 예산은 100% 집행했던 것으로 나타나 ‘제 밥그릇 챙기는 데는 용감하고 도민복지 챙기는데는 뒷짐을 졌다”는 비판을 부르고 있다. 확보했던 국고 예산 반납은 다음해 같은 항목의 국고예산 확보에 치명적 걸림돌이 된다는 것은 일반적 상식에 속한다. 이는 다음해 복지분야 예산확보가 그만큼 힘들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그러면서도 도는 “예산이 없어 일을 못하겠다”고 예산타령만 할 수 있을 것인가. 예산집행의 정확성과 투명성은 신뢰행정의 근간이다. 불용예산과 관련한 철저한 분석과 잘ㆍ잘못을 가려내 적절하고 엄중한 조치를 취해야 할 당위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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