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들던 열대야도 어느새 저만치 물러나 시원스레 느껴지는 밤이면 조금은 몸을 움츠리게 하는 만물이 풍요로운 계절, 가을이다. 날씨가 선선해짐에 따라 산과 들로 나서는 가족단위 나들이객과 추석을 맞이하여 조상들의 묘역을 찾아 벌초하는 인파가 증가하고 있는 요즘 일상이다. 이러한 때일수록 주위의 안전사고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하지만 가족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는 마음에 긴장이 풀어져 주위에 도사리는 위험을 등한시하기 때문에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벌써 올 가을에도 수차례의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지난7일에는 한 여성이 밭에서 잡초를 매던 중 몸을 숨기고 있던 뱀을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뱀에 물려 병원으로 후송되는 사고가 일어났으며, 10일에는 구좌읍 송당리에서 벌초를 하던 한 남성이 예초기에 의해 좌측종아리에 열상을 입고 병원으로 후송되었다. 통계에 따르면 가을철에는 벌, 뱀, 예초기, 독버섯,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 등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집계되었으며, 특히 벌초철에 이러한 사고들이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지방의 본격적인 벌초철은 오는 16일부터 10월 초순 추석전까지 예상됨에 따라 이 기간에는 특히 각종 안전사고에 대한 특별한 대비가 필요하다. 가족들과 함께 하면서 한겣括?주고받는 술이 과음으로 이어져 긴장이 풀어지고 이로 인해 예초기에 의한 사고, 음주로 인한 교통사고 등이 일어나기도 하며 어린이들에 대한 보호자들의 관심 부주의로 어린이들이 알지 못하는 독버섯이나 먹어서는 안 되는 열매를 호기심에 먹어버리는 사고 또한 일어나고 있다. 예초기 사용 전에는 반드시 정비점검을 실시하고, 사용 중에는 작업반경 내에 접근을 하지 말아야한다. 벌초를 하거나 나들이를 갈 때에는 가능한 신발은 작업화나 등산화 같은 굽이 있는 신발을 신고 긴 옷을 입어 피부노출을 줄이고 진드기 등이 기어 들어오지 못하게 바지 끝을 양말 속에 넣고 소매를 단단히 매야 한다. 가을철에는 관목 숲이나 들쥐에 기생하는 털진드기가 작업 중인 사람의 체액을 빨아먹으면서 쯔쯔가무시증을 발생시키는데 이에 감염되었을 경우에는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벌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에프킬라 같은 스프레이 모기약도 준비해두면 벌을 퇴치하는데 유용하다. 벌떼를 발견했을 경우에는 접근을 하지 말고 주위의 사람들을 안전한 거리에 이동시키고 스프레이 약제가 있다면 그것을 벌에 집중해서 분사하고 약제가 없다면 그 자리에 가만히 있거나 엎드리는 등 자세를 나추는 것이 좋다. 가을철에 일어나는 안전사고는 자기 자신만이 아니라 가족과 제3의 인물에게도 슬픔과 피해를 줄 수 있다. 결코 자신만의 일이 아니다. 긴장이 풀어지기 쉬운 때일수록 스스로 긴장을 늦추지 않고 주위를 둘러보는 혜안이 필요하다. 또한 이번 다가오는 추석은 지난 수해의 아픔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주위에 어려운 이웃들과 이런 저런 이유로 어려움 속에서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이들을 생각해서 사치하지 않으면서도 검소한 마음이라도 조금씩 나눌 줄 아는 보름달 같이 모두가 즐거운 추석이 되길 기대해본다.

고   영   만 (제주소방서 화북119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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