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무더위가 열흘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물론 이는 제주시 지역을 기준으로 한 것으로 서귀포시와 남제주군 등 이른바 산남지역은 낮 최고 기온이 30도를 밑돌고 있다.

이처럼 산남지역과 제주시 및 북제주군을 중심으로 한 산북지역 낮 기온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특히 제주시를 중심으로 상당수 시민들이 무더운 날씨를 참지 못해 ‘역시 서귀포가 사람살기 좋은 곳’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이처럼 얘기하는 사람들에게 ‘그럼 아예 서귀포시로 이사를 가라’고 권하면 너무 많은 핑계를 둘러 대며 발뺌하기에 급급해 한다.
자녀교육이 어쩌고저쩌고…, 직장 문제가 어쩌고저쩌고….

▶흔히 사람들의 이 같은 심성을 빗대어 ‘이중성’이라고 말하는지 모른다.
비단 이 같은 현실은 작금의 무더위 속에서 벌어지는 현상만이 아니다.

우리사회 구성원 대부분이 어떤 ‘곤란한 법률문제’에 부딪혔을 때 가장 먼저 찾는 것은 변호사가 아니라 ‘전화 한 통 넣어줄 수 있는’ ‘힘 있는 사람’이다.

그런 ‘힘 있는 사람’에는 대표적으로 경찰 과 지방자치단체 등의 고위 공무원 등이 우선 손꼽힌다.
그런데 만약 그 힘 있는 사람이 상대방의 부탁을 정중하게 거절한다면 우리사회는 그를 어떻게 생각할까.

‘그 사람’의 청렴성을 칭찬하며 존경을 표하게 될까, 아니면 ‘그 놈’이 원래는 안 그랬는데, 높은 자리에 올라가더니 변했다며 섭섭한 마음을 품게 될까.

‘힘 있는 사람’들에게 끝없는 깨끗함을 요구하면서도, 막상 내게 문제가 생기면 ‘힘 있는 사람’이 해결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 우리 안의 이중성이다.

▶특히 한 다리만 놓으면 모두가 ‘친척’이고 ‘아는 사람’일 수 있는 좁디좁은 제주 지역에서는 웬만한 지위에 있었던 사람치고 청탁을 주고받는 관행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많지 않다.
제주도지사와 제주시장이 재선거 및 보궐선거 등으로 바뀐 지 1개월이 지나고 있다.

새로 취임한 이들은 기존의 관행들이 바뀌고 곳곳에서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온갖 이해관계에 서 있는 단체 등이 이들 신임 단체장들에게 접근하면서 이런 저런 소문들이 끊임없이 나돌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회 구성원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객관적 기준’에 의해서가 아니라 ‘주관적 판단’에 따라 각종 시책 등이 결정된다는 소문도 무성하다.

내가 가는 길은 항상 평탄대로 이고 다른 사람이 가는 길은 늘 굽이진 비탈길이라고 일순간이라도 믿고, 이에 빌붙어 한 순간이라도 자신의 영달을 도모하는 단체 등은 우리 속담대로 ‘십리도 못갗 발병 나게 마련이다.

왜냐면 인생사는 인간의 이중성처럼 음지와 양지를 돌고 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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