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이 모슬포 일대의 전적지를 관광코스와 공원으로 개발하려는 것은 매우 타당성이 있다. 모슬포를 비롯, 그 인근에 있는 산방산-용머리-화순항 일대는 제2차 세계대전은 물론, 6.25한국전 등 세계사적 주요 전쟁들의 발자취가 수 없이 남아 있는 곳들이다. 2차세계대전 때의 일본군 군용 비행장과 격납고가 있는가 하면, 군 진지용 인공 동굴들이 처처에 산재해 있다. 그런가하면 6.25한국전 당시의 신병훈련소가 있고, 훈련병 용 교회도 6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아직도 우뚝 서 있다. 최근 반환된 미군 레이더기지도 있고, 심지어 하멜이 표류한 사적지까지도 있다. 이 전적지들이야말로 무한의 가치를 갖고 있는 문화재들임과 동시에 훌륭한 관광 자원들이다. 거기에다 전적지들을 둘러싼 천혜의 자연경관 역시 빼어난 관광자원들로서 국내외의 관광객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그리고 보호와 친환경적 개발을 함께 할 수 있는 곳 중의 하나가 바로 여기다. 제주도와 문화재청이 여러 해 전부터 이 주변들을 관광코스와 공원으로 조성, 보호와 개발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계획해 온 것은 참으로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에 대해 국방부가 난색을 표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적지 중 상당부분의 토지가 국방부 소유로 돼 있기 때문에 국방부가 반대하는 한 사업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 동안 사업이 미루어져온 이유도 그것이다. 사실 국방부가 달갑게 여기지 않은 또 다른 속내도 있는 듯하다. 모슬포와 화순에는 공군기지와 해군기지를 계획 혹은 구상하고 있어 전적지를 관광코스화 했을 경우의 상관관계를 저울질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해군기지와 공군기지를 포기하더라도 국방부가 모슬포 일대의 전적지 관광코스 개발과 공원조성에 적극 협조해 주기 바란다. 앞으로 화순항을 미항으로 개발, 모슬포 전적지 관광코스와 연계시킨다면 그것은 제주도뿐만 아니라 국가적 자산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오는 10월 중 문화재청과 국방부가 이 문제를 두고 협의를 벌여 결론을 내릴 모양인데, 우리는 다시 한번 국방부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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