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김   승   석

‘만만디(慢慢地)’는 중국 사람의 성격을 대표하는 말이다. 느긋하고 느리다는 뜻으로 일부러 조급하게 서두지 말라는 것이다. 물이 흐르다 보면 도량이 저절로 생기는 법인데(水到渠成), 물이 흐르도록 하기 위해서 굳이 도랑부터 팔 게 뭐 있느냐는 게 만만디 정신의 함축된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반해 ‘대강대강 빨리빨리’ 자세를 표현하는 한자로는 소심익익(小心翼翼)라는 말이 있다. 참새가 잠시도 가만있지 못하고 연신 재재거리고 날개 짓하며 좌불안석을 하는 모양을 뜻한다.

▶동서고금을 통해 경제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개혁의 핵심과제라 말할 수 있는데 그 개혁속도와 고통문제로 국론의 분열되고 우리나라는 극심한 내홍을 앓고 있다.

수도권과밀억제와 지방균형 발전과제는 박정희정부에서부터 추진되어 왔던 것이므로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그런데 노무현정부가 신행정수도 건설로 역사를 고치겠다고 천명하고 盧대통령직을 걸고 수도이전을 반대하는 언론과 국민들을 향해서 일전불사의 전선(戰線)을 형성하고 있다.

이론적으로 신 행정수도 건설의 순(順) 기능을 무시할 수 없지만, 현실적으로 과반수의 국민이 수도이전에 반대하는 이유는 수도이전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민주사회는 의견이 다른 사람들끼리 이웃해서 살아가는 곳이므로 설령 대통령의 개혁의지와 다르다고 해서 반대 여론에 대해 감정적 비난을 하면 아니 된다.

▶성현 맹자께서는 일찍이 백성(民)이 가장 무겁고 중하며, 나라(社稷)는 그 다음이며, 임금(君)이 제일 가볍다고 말씀하셨다. 盧대통령이 선거공약을 지키고 또한 국내 경제현안을 정면 돌파하기 위하여 신행정수도 건설의 속도전을 펼치고 있는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하여 다수의 국민들이 고통스러워하고 또한 불안에 떨고 있으므로 자신의 발밑을 살펴보면서 추진속도를 조율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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