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산업정보대학장   이   용   길

제주시가 운영 관리하는 체력단련장(헬스클럽). 하루종일 언제든 이용할 수 있는 무료 시설이다. 여기에는 남녀노소 구별 없이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고 있다.

너도나도 건강을 위해서이다. 그런데 간혹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들이 벌어진다. 체력장안에서는 반드시 실내화를 신도록 하고있는데도 바깥신발을 신은 채 무시로 출입을 한다.

차라리 맨발이었으면 좋으련만 그렇지 못한 것이다. 안마용 기구는 다른 사람이 있든 말든 아예 독점을 해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아령은 사용한 다음 제자리에 갖다놓아야 하는데 이 또한 지켜지지 않는다.

이번에는 종합경기장으로 가보자. 운동장내 4군데에 커다란 쓰레기통이 구비되어 있다. 그러나 담배꽁초는 예사이고 빈병ㆍ음료수깡통ㆍ과자포장지들이 그냥 나뒹굴고 있다.

심지어는 트랙을 돌면서 껌이나 가래침을 뱉는 사람도 있다. 경기장 밖에도 엉망이기는 마찬가지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체력단련ㆍ건강증진을 위해 이곳을 찾고 있음이 분명할 터인데도 말이다. 그렇다면 나 혼자만 건강하면 된다는 것인가.

건강(健康)은 병이 없고 튼튼한 것을 의미한다. 신체는 말할 것도 없고, 심적(心的)인 것까지를 포함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헌장은 ‘건강이란 질병이 없거나 허약하지 않은 것만 뜻하는 것이 아니라, 육체적ㆍ정신적ㆍ사회적으로 완전히 안녕한 상태에 있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우리는 흔히 ‘돈이나 명예를 잃는 것은 인생의 일부(一部)를 잃는 것이지만, 건강을 잃는 것은 인생의 전부(全部)를 잃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는 표현을 쓴다.

건강이 얼마나 긴요한 것인지를 잘 설명해주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존귀한 건강은 개인에게 있어서는 물론이고 여타 분야, 특히 사회(社會)가 건강하여야 한다.

동양사람들은 ‘도(道)’ 혹은 ‘도덕(道德)’을 인간의 생활가치로 삼아왔다. 그래서 항상 도덕을 물질보다 상위에 두었다. 이는 우리 민족이나 동양인들이 물질을 무시했다는 말이 아니다.

인간관계의 조화를 이루며 행복을 추구하려 했다는 것이다. 도덕의 핵심은 윤리이다. 윤리는 사람이 준수해야할 도리와 규범이고 예법이다. 인간의 자유에 의해서 실현되어야 할 원리와 법칙이다.

아무리 시대가 바뀌고 세상이 변한다고 하더라도 지킬 것은 지켜야만 한다. 요즘 들어 우리들에게 가장 취약(脆弱)한 점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 ‘공동체의식’이다. 공동체적 삶이란 자유롭고 평등한 가운데 서로 이해하고 헌신하며 협동ㆍ부조하는 것이다.

원래 우리는 단일민족으로서 공동체적 삶을 오랫동안 살아왔다. 이러한 삶을 통해 나라를 보전하였고, 생산활동을 함께 했으며 가족을 봉양하였다. 하지만 인심이 점차 각박해지면서 남을 배려하지 아니하고, 공익(公益)과 사익(私益)을 분별하지 못하는 현실이 돼버리고 말았다.

똘레랑스라는 프랑스 말이 있다. 사전에는 관용ㆍ아량ㆍ용납 등으로 풀이되어 있지만, 실제로 프랑스에서는 더 깊은 의미로 해석된다. 즉 ‘나의 정치적ㆍ종교적 신념과 행동이 존중받기를 바란다면 먼저 남의 정치적ㆍ종교적 신념과 행동을 존중하라’는 것이다. 남을 우선 생각하라는 심오한 뜻이 들어있음을 알 수 있다.

나만 건강해서는 아니 된다. 남도 건강하여야 한다. 나의 건강이 귀중하면 남의 건강도 귀중하고, 개인의 건강이 중요하면 내가 살고있는 사회 역시 건강하여야 함은 불문가지(不問可知)이다. 훌륭한 시설을 이용하는 만큼, 행동도 보기 좋아야 한다.

이제부터 우리는 “나 혼자쯤이야”가 아닌 “나 혼자만이라도”를 생활화하여야 한다. 옛날에는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팠지만, 지금은 이웃이 잘 살아야 모두가 편하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 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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