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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3일부터 27일까지 제주에서 열리는 한미 FTA 4차 본협상 취재와 관련, 일부 지역방송, 지역일간신문, 지역인터넷 매체 등을 배제한 채 외교통상부 마음대로 특정 언론사에만 프레스센터에 출입할 수 있는 프레스카드를 발급해 말썽을 빚고 있다. 특히 이번 한미FTA 제주 협상에서는 제주의 생명산업인 감귤을 지키느냐 마느냐를 다루게되어 감귤생산 농민은 물론 제주도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따라서 그 어느 때, 그 어떤 회의보다도 지역언론의 역할이 중요하고 지역언론들은 도민의 알권리 충족을 위해 회의진행 과정의 모두를 취재하고 보도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다양한 지역매체의 다양한 취재활동과 보도를 통해 농민들이나 도민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고 감귤농민들이나 도민들의 입장을 협상단에게 간접적으로라도 알려줘야 하는 것이 바로 지역언론이 담당해야 할 책무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외교통상부는 이 같은 지역언론의 역할과 기능을 무시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제약함으로써 “이러다간 제주감귤을 지켜내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도민적 불안감만 증폭시키고 있다. 더구나 외교통상부는 지역 상황 통괄 조정역을 감당 할 수 있는 제주도 당국의 시정건의나 그 동안의 관행을 완전 무시해버림으로써 도민들로부터 “외교통상부가 제주도와 제주도민들을 지역세가 약하다고 홀대하는 것이 아니냐”는 도민적 분노를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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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제주에서 개최됐던 정상회담이나 APEC 장관급 회담, 남북장관급회담 등 정부가 주관했던 각종 주요 국내외 회의에서는 지역언론의 취재 제한이 없었다. 정부에서 제주도를 통해 현지 취재인력을 파악하고 제주도의 요청에 따라 지역 취재인력에 프레스카드를 발급했던 것이 관행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 같은 관행이 완전 무시됐다. 무시됐을 뿐만 아니라 프레스 카드 발급 사실을 제주도에 알리지도 않았고 시정을 요구하는 제주도 당국의 요청이나 건의도 일언지하에 묵살해버렸다. 그래서 “이 정부가 도대체 누구를 위한 어느 나라 정부냐”는 일각의 분노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제주도의 시정요구에 “우리가 (프레스카드 신청과정을) 제주도에 알려줄 이유가 없다”거나 “신청마감이 끝나 발급해 줄수 없다”는 식의 외교통상부 관계자의 오만과 고압적 자세는 바로 “외교부가 제주도민을 우습게 여기고 깔보는 것”이라는 비판과 비난을 사기에 충분하다. 지역언론사들의 취재활동을 제한하면서 어떻게 FTA 4차 본 협상과 관련, 제주도민들의 협조와 지원을 당부하는지 헷갈리지 않을 수 없다. 한미 FTA 4차 본 협상에 임하는 정부당국의 이중성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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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이미 여러 차례, 여러 경로를 통해 한미 FTA 협상과 관련해서 국민들에게 소상히 알려 이해를 구하고 협조를 얻어야 한다고 표명해 왔다. 사실 한미 FTA 제주협상을 앞둬 10일 제주를 찾았던 홍영표 FTA 지원단장도 “최선을 다해 제주감귤을 지키겠다”며 도민적 협조를 당부했지 않았는가. 이렇듯 겉으로는 도민의 협조를 당부하면서도 실제는 지역언론의 취재활동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는 정부의 이중성에 정부에 대한 도민들의 신뢰감은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리고 한미 FTA 협상에 대한 외교통상부의 지역언론 취재 제한 조치는 “감귤 등 한미 FTA 관련 협상에서 무슨 비밀스런 뒷거래를 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아심만 키울 뿐이다. 아직 회담시작까지는 열흘 넘게 남았다. “정부가 제주도를 차별하고 업신여긴다”는 달갑지 않는 비난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국민의 알권리를 제한한다”는 비판을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지금이라도 지역언론의 취재활동을 보장하는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프레스카드 재발급 등 시정조치를 취할 시간은 충분하다. 권위주의적 사고에서 벗어나 좀더 겸손한 자세로 국민에게 다가서기를 관계당국에 권고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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