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동포들이 잘살든, 못살든, 제주 감귤을 그들에게 보내는 것을 나쁘다 할 도민은 없을 줄 안다. 굶주림을 면케 하는 쌀과는 달리 감귤은 기호 식으로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주도 민간단체에서는 1998년부터 지금까지 내리 8년 동안 모두 3만6226t의 감귤을 북한 동포들에게 보냈던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체소류인 당근도 1만3000t이나 보냈다. 이 모두를 현금으로 치면 163억7500만 원이나 된다. 결코 적지 않은 서비스다. 하지만 북한은 그 동안 우리 정부의 거국적인 경제 지원에도 불구하고 핵실험을 강행했다. 북한의 핵실험이 자위를 위한 것이든, 대미(對美) 협상을 위한 것이든, 아니면 그들의 주장대로 아시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한 것이든, 현실적으로는 제주도를 포함한 한반도를 위기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북한이 핵을 보유하고 있는 한, 남한은 언제까지나 불안할 수밖에 없으며 그들로부터 공격을 받지 않은 다는 확고한 보장도 아직 없다. 그리고 남한은 북의 핵 위력 앞에 무력하게 질질 끌려 다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마당에, 지금까지 인도적 차원에서 북에 보내 주던 감귤-당근을 앞으로도 계속 보내 주어야 합당한 일인지 깊이 생각할 때가 되었다. 만약 제주도민들이 국가적 안보 위기 상황에도 불구하고 감귤-당근을 계속 북에 보낸다면 그들은 우리의 진심을 왜곡 선전할지도 모른다. 핵을 가진 종주국에 핵을 갖지 못한 속국이 조공을 올리는 것이라며 대 인민(對 人民) 선동용으로 악용한다 해도 우리는 그것을 어찌 알겠는가. ‘뭐 주고 뺨 맞는 식’이 돼서는 안 된다. 적어도 올해와 내년까지는 감귤-당근을 보내지 말자. 그래서 북한의 태도를 예의 주시할 줄 아는 지혜도 갖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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