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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각 광역자치단체가 해마다 시상하고 있는 시-도 단위 ‘문화상’의 권위는 이미 자타(自他)가 서로 인정해 주고 있다. 각 시-도의 주민들은 적어도 자신이 속한 지역 내에서는 문화상이 국가 훈장에 버금가지 않은 권위가 있다고 자부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주민들뿐만 아니라 수상자 본인들도 같은 생각과 긍지를 갖고 있다. 제주도문화상 역시 그것은 다를 바 없다. 상(賞) 창설 당시 문화-예술, 학술, 언론-출판 등의 분야에 대해 시상해온 제주도문화상이 상당한 권위를 지녀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후 사회의 급격한 변화와 다변화로 제주도문화상도 시상 대상을 지역개발, 관광개발 등의 분야로까지 확대시켰다.

물론 이에 대해 이견(異見)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추가된 지역개발-관광개발 등의 분야는 ‘문화상’이 아닌 독립된 상으로 시상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고, 상의 질을 저하시킨다는 지적도 나왔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도문화상은 비록 그 명성이 예전만 못할지 모르지만 아직 그 권위만큼은 크게 손상을 입지 않고 있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그래서 도민들 중 각 분야에서 큰 공적을 쌓은 사람들은 문화상 수상을 희망하고 있을 것이요, 올해도 예년처럼 많은 희망자들이 수상 신청을 할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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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제주도문화상이 지난해부터 파행 운영되고 있는 것은 섭섭한 일이다. 이 파행을 하루 빨리 시정할 책임은 상을 주관하고 있는 제주도와 행정을 감시 감독하는 의회에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그 파행운영이란 어떤 것인가.

2004년까지 지급하던 500만원의 상금을 없애버린 것이다. 만약 상금을 없애지 않았더라면 도리어 금년부터는 훨씬 올려서 지급하게 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사실 상금을 폐지한 것은 제주도의 고의(故意)가 아니다. 시상 명의가 민선인 도지사로 돼 있기 때문에 상금 지급이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선거관리위원회의 해석에 따른 것뿐이다.

이는 다른 시-도 문화상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상금 폐지 자체를 제주도 탓으로 돌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에 대한 후속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상금을 없앤 채 파행 운영하고 있는 것은 제주도와 의회의 잘못이다. 상 창설 당시 취지가 문화상 수여 자는 도민이다. 도민이 주는 상이라는 말이다. 다만 도지사 명의가 된 것은 도민의 대표라는 뜻이다. 즉 도민을 대표해서 도민이 주는 상을 넘겨주는 전달자에 불과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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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도지사 명의로 전달하는 상금이 선거법에 위반된다면 따로 상설, 혹은 비 상설의 ‘제주도문화상 시상위원회’를 구성, 업무를 전담하면 된다.

그래서 그 위원장이 도민을 대표해서 상금까지 수여하게 되면 그야말로 관(官)의 냄새를 벗어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상의 창설 취지처럼 명실상부한 ‘도민이 주는 상’으로서 권위도 크게 향상될 것이다. 다만 ‘제주도문화상 시상위원회’를 제주도의 외곽 기구로 할 것인지, 의회 기구로 할 것인지, 그 외 공공 법인으로 할 것인지는 연구 대상이다.

이것도 저것도 아니라면 도의회가 시상하는 방법도 있을 법하다. 도의회 의장의 지역구는 제주도 전체 지역구의 29분의 1 밖에 안되므로 아마 선거법 저촉이 아닐 수도 있다. 제주도 문화상을 현 상태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노벨상이 어느 해 갑자기 상금을 영구 폐지했다고 생각해 보면 알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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