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제주도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자문기구인 세계자연보전연맹 관계자들이 들어와 있다. 제주도 화산-용암동굴의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와 관련, 마지막 실사를 하기 위해서다. 만약 이들의 실사 길에 오폐수(汚廢水)의 악취가 코를 찌른다면 그들은 어떤 기분일까. 그것은 물으나마나다. 제주도내에서는 아직까지 각종 오폐수 무단 방류가 끊이지 않는 모양이다. 최근에도 남원읍 위미리 등 두 지역에서 축산 폐수를 다량 방류했다가 경찰에 입건되었다고 한다. 서귀포시에서만 지난 10개월 동안 4건의 축산 폐수 다량 불법 방류가 있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런 현상이 어찌 서귀포시뿐이겠는가. 구좌읍에서 한경면에 이르는 제주시 어느 지역에서도 비슷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서귀포시인들 오폐수 불법 방류를 100% 적발해내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오폐수 무단 방류에 관한 한, 꼭 축산 폐수만이 아니다. 공장 폐수, 병-의원 폐수도 걱정이 된다. 심지어 공사장의 폐기물 불법 매립도 종종 말썽을 부려 온 게 사실이다. 공사장 폐기물 불법 매립까지 포함, 제주도내 오폐수 방류가 이렇듯 끊이지 않은 데는 관(官)의 잘못도 있으려니와 원인 제공자인 민(民)의 책임은 더 크다. 환경과 지하수 오염이 뻔한 짓을 서슴없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행정 당국은 순회 단속반을 편성해서라도 철저히 뿌리 뽑아야 하며, 도민들은 그러한 일을 스스로 자제해야 한다. 세계자연유산 등재 1,2차 예비 실사 때 찬사를 받은 것은 화산-용암동굴만 좋아서가 아니다. 제주도 전체가 아름답고 학술적 가치가 높아서 그렇다. 제주도 땅 어디든 오폐수와 공사장 폐기물로 오염된다면 그것이 곧 지하수와 세계자연유산을 망가뜨리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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