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로 지정, 보호되고 있는 성산읍 수산 동굴의 추정 가지 굴이 대형 공사로 인해 마구 파헤쳐지고 있다니 한심하고 부끄러운 노릇이다. 하필이면 지금은 유네스코 세계자연문화유산 등재 최종 실사단이 들어와 한창 조사활동을 벌이고 있는 때다. 그리고 행정 당국의 권유에 의해 100만 명이 넘는 내-외국인들이 화산-용암동굴 세계자연유산 등재 운동에 동참, 서명(署名)이 막 끝난 참이다. 이러한 때에 천연기념물인 동굴이 건설 공사를 하면서 파괴되고 있으니 유네스코 실사단과 서명에 동참해 준 100만인에게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아마 이들이 이러한 사실을 알게되면 한심 정도가 아니라 통탄 할 것이다. 천연동굴을 파괴하고 있는 문제의 공사는 난산풍력발전단지 조성사업을 하고 있는 한 업체가 벌이고 있다. 이 업체가 사업을 하기 위해 임대한 토지 면적이 무려 16만6000㎡다. 설치 할 풍력발전기도 7기나 된다. 거기에다 공사 장소가 동굴지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재 지표조사도, 사전 환경성 검토도 없이 공사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도대체 사전 환경성 검토와 문화재 지표조사는 왜 생략되었으며, 그것도 없이 어떻게 공사 허가가 나갈 수 있었는지 아리송하다. 행정 당국은 내외 도민에게 세계자연유산에 대한 서명이나 권하고, 제주도 화산과 용암동굴을 유네스코에 등재만 하면 만사가 끝나는 것으로 아는지 모르겠다. 사실 제주도의 화산과 용암동굴을 포함한 천혜의 자연환경들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하는 것 못지 않게 도내 행정기관 스스로, 그리고 도민들이 솔선해서 보호하는 게 중요하다.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해 놓고 파괴할 바에는 등재하지 않고 적극 보호하는 게 낫다. 자연유산 등재도 보호가 전재돼야 가치가 있다. 만약 이번 유네스코 등재에 실패한다면 그 책임은 수산동굴 사건을 있게 한 행정기관과 업체에 있다는 점을 지적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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