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하, 아하햐, 애해애해요 / 앞멍에야 들어나 오라 / 뒷멍에야 멀어나 지라 / 아 하하, 아하야, 애행애애요 / 지시어멍과 오름에 돌은 둥글당도 사를매 난다 / 아 아 하, 아햐야, 애행애해요 / 남의 첩과 소낭기 바람 소리나도 사를매 난다 / 아 하 하, 아하야, 이행애해요 / 산앞각시 씨앗에 구전 산뒤에 트드래 가난 / 아 하 하, 아하야, 애행애해요 / 가름밭이 매밀꽃처럼 희안번듯 나앉아서라.....  이 민요는 ‘검질매는 노러 가사의 한 소절이다. 

  한 여름 불가마를 걸어 놓은 듯한 조밭에서 제주의 특유의 노동복인 <갈옷>을 입고, 삿갓이나 밀집으로 만든 <패랭이>를 쓰고 20 ~ 30여명씩 줄지어 앉아 선창에 따라 후렴을 이어 받아가며 고된 생활의 감정과 정서를 가사로 엮어 나가는 ‘김매는 노러를 불렀다. 

예로부터 제주도는 농토의 대부분이 화산회토이기 때문에 대부분이 밭이다.  농부들은 이 밭에 여름에는 조를, 겨울에는 보리를 갈고 거두어 들여 식량으로 충당하며 살아왔다.  초여름에 밭을 갈고 좁씨를 뿌리면, 한달쯤 후에 발아 하고, ‘초불검질’을 매게 된다. 

이때 마을 사람들은 서로가 ‘수눌음’을 통하여 김을 매었다.  ‘수눌음’이란 곧 서로의 협동을 의미한다. 

  제주의 전형적인 협동인 ‘수눌음’은 조농사가 감귤을 비롯한 다른 작목으로 변하면서 전설속으로 사라져 갔다.  제주 농부들이 바람불고 돌멩이가 지천으로 깔린 밭을 갈고 씨부려 가꾸면서 생활을 영위해 온 서로의 협동인 ‘수눌음’이 무너져 버린 것이다. 

한 세대는 가고 한 세대는 오는 반복을 계속하며 제주의 공동체를 유지해 온 ‘수눌음’을 아는 제주 사람들도 50대 후반으로 밀려가고 있다.  하나의 공동체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이를 묶는 끈이 있어야 하는데, 이 보이지 않은 끈이 풀어지고 만 것이다. 

공동체란 집단과 개인의 이익을 초월한 영역이다.  공동체의 영역을 지키고 보전해 가야만 제주사회가 건강해 진다.  좁은 제주섬에 살면서 어느때부터인가 전혀 다른 생각, 전혀 다른 행동으로 네편 내편으로 갈라서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음은 슬픈 일이다. 

공동체가 무너진 곳에서 공공선(公共善)을 말하기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이것이 이 시대 우리 사회가 앓고 있는 중병이다.  그래서 대통합 제주사회가 제안되기도 한다.

  ‘수눌음’을 말하려면 ‘느영나영’이라는 제주말의 뜻을 되새겨 봐야 한다.  제주사람들은 ‘느영나영’이라는 말뜻을 익히 알고 있다.  이 아름다운 음운을 지닌 제주말은 ‘너랑나랑’ 즉 ‘우리’라는 뜻을 나타내는데 색다른 감동을 자아낸다. 

이 소박한 토속어에서 우리는 ‘수눌음’의 정신적 맥박과 더불어 살아온 제주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극명하게 느낄 수 있다.  이 조그만 조약돌 같은 한 마디 제주말 속에서 ‘너와 나’의 공동체의식에서 비롯된 2인칭 문화구조를 읽을 수 있다. 

이것이 제주문화 또는 제주인의 정신적 특성임을 알게 된다.  그러한 상호의존의 조화의식, 2인칭의 문화의식이 오늘의 제주를 있게 한 원동력이기도 하다.  이런 문화의식은 새로운 제주문화 창조에 큰 가치로 작용할 것이다. 

또한 오늘날 우리 시대를 휩쓸고 있는 첨단문명의 미래문화속에서도 제주문화, 제주인들의 위상을 확고히 해줄 성장동력이기도 하다. 

  제주사람들은 ‘느영 나영 수눌음 정신’으로 살아가야 한다.  ‘수눌음’을 오늘날에 그대로 재현할 수는 없다.  그러나 ‘수눌음 정신’을 현대적 덕목으로 되살려 낼 수 있을 것이다. 

제주의 도시사회나 농촌에서는 수 많은 단체들이 활동하고 있다.  그 사회단체들이 서로 협동하고 연대하여 제주도를 위한 공공선(公共善)을 찾아내고 실천해 나갈 방책들을 강구해 나갈 때다.  무너지는 제주공동체를 살려내야 한다.  ‘제주 사름덜랑 느영나영 수눌멍 살아갑주’.

시조시인 현 춘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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