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드러낸 국제분업 한계에 안보 현안 부상

미국발 공급망 재편에 한국 기업 난처·정부도 고민

반도체 등 '공급망' 관련 행정명령 서명하는 바이든.[연합]
반도체 등 '공급망' 관련 행정명령 서명하는 바이든.[연합]

 

최근 외교안보당국 간 대화에서 백신과 반도체 등 보건·경제 현안이 전통적 안보 못지않게 주요 의제로 오르고 있다.

코로나19 종식의 열쇠인 백신과 첨단 제품·무기 제작에 필수인 반도체의 세계적인 부족 현상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고 있어서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은 백신과 반도체 같은 핵심 품목 생산을 더는 다른 나라에 의존할 수 없다고 보고 자국 내 생산능력 확대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자유무역과 국제분업체계에 기반을 둔 세계 공급망을 자국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것인데 기존 국제경제 질서에서 성장해온 한국에는 큰 도전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공급망(supply chain)은 각종 원료, 부품, 기술, 기계장비와 숙련된 인력의 확보, 완제품 운송 등 기업이 제품을 생산해 소비자에게 전달하기까지 일련의 과정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어느 한 기업이 공급망 전 과정을 독자적으로 감당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기에 그간 기업들은 가장 경쟁력 있는 분야에 집중하고 다른 부분은 외부에서 조달해왔다.

자동차처럼 복잡한 제품의 공급망은 여러 국가에 위치한 수백 개 기업으로 구성되는 데 이러한 국제분업에 기반을 둔 세계 공급망은 코로나19라는 비상사태를 맞아 한계를 드러냈다.

중국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자 미국과 유럽에서는 한 장에 몇백 원밖에 안 하던 마스크를 웃돈을 주고도 수입할 수 없었고, 배선 뭉치인 와이어링 하니스를 중국에서 납품받던 한국의 현대자동차 공장이 문을 닫기도 했다.

그동안 주요국들은 세계의 공장인 중국에 공급망의 상당 부분을 맡겼는데 이제는 국가 존립을 좌우할 제품까지 메이드 인 차이나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이 강해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지난 224일 미국 주도 공급망 재편의 청사진이 될 반도체·전기차 배터리·희토류·의약품 등 4대 핵심 품목에 대한 공급망 검토를 지시하면서 이런 인식을 드러냈다.

미국은 최근 백신 지식재산권 면제를 촉구하긴 했지만, 그전까지는 백신 원료 수출을 사실상 통제하고 쿼드’(Quad) 국가인 인도 등 미국 대외정책에 협조적인 국가에만 제공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바이든 행정부는 6월 중 4대 품목 공급망 검토 결과를 공개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반도체와 배터리 등 핵심 품목의 자국 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되 독자적으로는 너무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드는 부분은 동맹으로부터 안정적인 공급을 확보하려고 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이 같은 글로벌 통상·산업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을 고민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공급망은 이미 국가안보의 핵심 요소가 됐다국가 안보적 관점과 현실적인 기업 관점을 어떻게 조화롭게 연결할 수 있는가가 정부의 고민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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