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단지 다짜고짜 들어와 ‘핀셋’ 수색

시위물품이라며 화염병·방패 등 사진 촬영

양곤 한 아파트 단지에 진입한 미얀마 군경.[연합]
양곤 한 아파트 단지에 진입한 미얀마 군경.[연합]

한국의 현충일 오후였던 지난 6일 오후 430분께 미얀마 양곤의 A아파트 단지.

지인의 집 방문차 찾았던 이 곳에 갑자기 한 무리의 군인들과 경찰들이 총을 들고 픽업트럭에 올라탄 채 쏟아져 들어왔다.

두 곳의 출입문은 곧장 군경의 대형 트럭이 막아서 일절 출입이 봉쇄됐다.

A 아파트는 450여 세대가 모여있는 곳이었다.

군경의 갑작스런 출현에 한가로운 일요일 오후 단지 내 도로와 빈 주차장 등에서 자전거를 타거나 뛰어놀던 아이들과, 담소를 나누던 주민들 그리고 걷거나 뛰며 운동하던 주민들 모두가 한순간에 얼어붙었다.

그리고 이내 빠른 발걸음으로 각자의 집을 향해 사라졌다.

트럭에서 내린 군인 30~40명과 경찰 20여명 그리고 평상복 차림의 서너 명이 텅 빈 아파트 단지 마당과 주차장을 순식간에 점령했다.

그리고는 미리 누구에게 귀띔을 받은 양 머뭇거림 없이 아파트 입구 쪽 동 ()으로 들어가 수색을 시작했다.

쿠데타 이후로 미얀마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 중 하나가 곳곳에 숨어있는 달란이다. 우리말로 하면 밀정쯤으로 번역할 수 있다.

군경 감시를 피해 몰래 활동하는 반군부 인사들이 잡혀가는 사례 대부분이 이 달란들 때문이었다고 미얀마인들은 보고 있다.

이 아파트는 4월 초에도 군경이 들이닥쳤다고 한다.

그리고 중년 의사와 부인 그리고 중년 남자 한 명 등 총 3명을 연행해갔다.

죄목은 군부 비방이었다.

아파트 주민들에게 군부 쿠데타가 명분이 없다며 선동했다는 것인데, 달란의 밀고가 결정적이었을 거라는게 주민들의 생각이라고 지인이 전했다.

두 달여 만인 이날도 군경은 4월 초 습격때와 마찬가지로 일부 세대만 콕 집어서 핀셋 수색을 했다.

들리는 말로는 30여 세대가 대상이었다고 한다.

입구 쪽에 있는 동부터 옆 동으로 차례로 수색 순서를 옮겨갔다.

이들은 한 동에서 찾아낸 것들이라면서 사제방패와 면 심지 그리고 화병병처럼 보이는 물건들을 주차장 바닥에 늘어놓고 사진을 찍기도 했다.

군경은 이날 결국 치과의사 한 명을 연행했다고 주민들이 전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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