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도 더운 여름이다. 연일 30도를 밀어 올리는 찜통더위다.
선풍기나 에어컨 등 문명이 만들어놓은 ‘피서 기기’들이 더위를 식히는 도구로 사용되지만 더위는 더위다.

그래서 더위를 피하거나 이기려는 갖가지 방법이나 지혜가 소개되고 있다.
더위를 피한다는 피서(避暑) 방법이 있는가 하면 이열치열(以熱治熱)처럼 더위와 싸워 이기려는 적극적 방법도 있다고 한다.

옛날 선비들은 솔 숲 그늘에서 솔바람을 맞으며 시를 읊거나 계곡 물에 발을 담그는 탁족(濯足) 요법을 최상의 피서 법으로 여겼었다. 소극적 피서 법이다.

죽부인을 껴안고 늘어지게 낮잠을 즐기거나 뱀의 냉기(冷氣)와 대나무의 한기(寒氣)를 엮어 만든 ‘대나무 뱀 틀’로 더위를 이기는 엽기적인 방법도 동원됐다고 한다.

▶그러나 뭐니 뭐니해도 삼복(三伏) 더위를 이기는 방법은 더위를 피하는 피서가 아니라 열을 열로 다스려 더위와 싸우는 이열치열(以熱治熱)이 옛부터 내려오는 우리민족의 여름나기 정서다.

그 중심에 보신탕이나 멍멍탕으로 불려지는 구탕(狗湯)문화가 자리한다. 이른바 복(伏)문화다. 개를 삶아 먹는 음식문화다.

초복(初伏)겵揷?中伏)겦뻠?末伏) 등 복(伏)더위의 어원도 여기서 비롯됐다는 말이 있다.
한자의 복(伏)는 사람 인(人)변에 개 견(犬)으로 합성됐다. 따라서 복날은 ‘사람(人)이 개(犬)을 잡아먹는 날’이라는 데서 유례 됐다는 것이다.

그래서 뻘뻘 땀 흘리며 개장국을 먹고 몸을 보신하는 것은 이열치열의 방법이기도 하지만 전통적 우리민족의 식(食)문화이기도 하다.

외국인 시각에서는 혐오일지 모르지만 우리고서는 당당하게 개발하고 자랑해야 할 음식이나 다름없다.

▶‘순한 양이나 눈망울 끔벅이는 어진 소를 잡아먹는 것은 문명인이고 개를 먹는 것은 야만인’이라는 것이 그 잘난 생명존중 사상이라면 원숭이 골을 빼먹고 바퀴벌레까지 요리하는 문명은 뭐라 이름 할 것인가.

나라마다 민족마다 여름나기 방법이나 정서는 다르다. 사람에 따라서도 각양각색이다.
보신탕을 먹든 솔숲에 누워 시를 읊조리든 그 나름대로의 맛과 멋은 있게 마련이다.

초복(20일)과 대서(22일)가 지났다. 오는 30일은 중복(中伏)이다 내달 9일이면 말복(末伏)이다. 더위가 계속 될 것이라는 뜻이다.

이 복더위를 이기는 슬기로운 지혜를 짜내는 것은 그래서 각자의 몫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건강하고 즐겁게 여름을 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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