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 수확철이 되면 손가락이 저리고 많이 붓는다고 호소하는 환자들이 많아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PC방이 많이 대중화되고 컴퓨터 보급률이 높아지면서 컴퓨터 앞에 자주 앉는 청소년층과 컴퓨터 작업을 많이 하는 사무직의 직장인들이 고통을 이야기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손이 저리면 “말초혈액 순환장애 때문이다” 혹은 “중풍의 초기 증상이다” 아니면 최근 들어 “신종 현대병이다” 지레 짐작하고 미리 겁부터 내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렇지만 이것은 잘못된 의학상식으로써 혈액순환장애에 의한 손 저림은 매우 드뭅니다. 손 저림 증상의 대부분은 손목터널증후군(수근관증후군)이라고 하는 국소적인 말초신경병 때문에 발생합니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지속적으로 좋지 않은 손의 사용으로 목에서 시작해서 손목을 통과해 손가락에 이르는 신경(정중신경)에 주변의 조직이나 뼈가 압력을 가해 생기는 고통스러운 신경 질환입니다. 처음에는 마비가 오고 손에 찌르는 듯한 통증 또는 화끈거림이 올 수 있고 쥐는 힘이 약해지게 됩니다. 다시 말해 손 관절의 손바닥 쪽 중앙에서 횡수근인대라는 딱딱한 인대 밑을 지나 손가락 쪽으로 뻗어 있는 정중신경이 손바닥 쪽 손목에서 횡수근인대에 눌리기 때문에 저린 느낌 등의 신경마비 증세가 손가락에 생기는 것으로, 신경교핵 증후군 가운데 대표적인 병입니다. 확실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류머티스성 관절염과 갑상선기능장애 등이 원인이라는 보고도 있습니다. 이와 같은 원인은 모두 손을 많이 쓰는 사람들에게 걸린다는 공통점이 있고, 거기에 손의 혹사가 곁들여져서 발병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 병의 특징적인 증상은 중년 여자에서 흔히 나타나며, 갑자기 나타나지 않고 서서히 발병합니다. 손바닥 쪽에만 증상이 있고 새끼손가락이나 손등에는 증상이 없습니다. 또한, 한 손만 심하게 저릴 수도 있지만 양손에서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흔합니다. 운전 도중이나 높은 곳에 있는 손잡이를 잡고 있을 때 증상이 심해지며, 야간에 특히 잠을 잘 때 증상이 악화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리고 자다가 저려서 잠에서 깨어나서 손을 주무르거나 털게 되기도 하며, 엄지손가락 기능 장애로 젓가락질이 서툴어지고 물건을 잘 떨어뜨리게 됩니다. 따라서, 혈액순환장애에서 오는 손 저림과는 구별해야 합니다. 이 병은 혼자서도 쉽게 자가진단 할 수 있습니다. 가슴 앞에 양 손끝을 마주 댄 채 들어올린 뒤 손끝을 아래로 내려뜨리고 팔꿈치를 들어 90도로 유지한 상태에서 2~3분 있을 때 손목에 통증이 오면 손목신경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보는 것이 좋습니다. 손목터널증후군의 치료는 신경의 손상이 심하지 않을 때는 더운물에 20~30분씩 찜질하거나 손을 침대 밖으로 늘어뜨린 채 잠을 자거나 손목을 자주 마사지해주어 손목을 쉬게 해 주거나 소염제나 스테로이드 주사로 치료하는 보존적 요법으로 치료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손상이 심하거나 보존적 요법으로 호전되지 않으면 손목 굴을 열어주는 수술을 하게 됩니다.

권   희   경 (한국병원 신경과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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