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시 존폐론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최근 도의회 임시회에서 일부 의원들이 행정시 폐지론을 집중 제기했다.
사실 도-행정시-읍면동으로 이어지는 제주도 행정계층구조 개편은 기형적이다. 이는 행정구조개편에 대한 주민투표를 무사통과하기 위한 전략적 산물임을 부인할 수 없다. 시ㆍ군 폐지로 인해 민원불편이 야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경위야 어떻든 출범 4개월 밖에 안 된 시점에서 행정시 폐지 주장이 나오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행정조직의 안정성 저해는 물론 행정시 공무원들의 사기 저하도 우려된다.
그런데 그 단초는 행정시, 궁극적으로는 행정시장이 제공했다고 봐야한다. 그 동안 행정시 존재 필요성을 도민사회에 각인시키는데 실패한 것이다.
특별법 정신은 행정시가 독자성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시장 임기를 2년으로 못 박은 것도 그 때문이다. 비록 예산권 등이 없어 제약은 있으나 행정시장이 소신을 가지고 도에 대한 견제 기능을 발휘해 달라는 게 도민의 바램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행정시가 도에 매몰돼 버렸다. 특별자치도 시행 초기라 불협화음을 피한 측면도 있지만 자기 목소리를 내기에 주저했다.
이렇다보니 행정시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란 인식을 도민에게 심어줬다. 행정시의 실험이 짧은 기간으로 끝날 수도 있다. 그럼에도 행정시는 엄연히 현존하는 제도다. 운영의 묘를 살려 족적을 남길 만큼의 역할을 해야 하고 그 중심에 행정시장이 있다.
행정시장은 도의 정책에 순응하기 보다는 문제점을 적극 개진하고 지역 발전전략 발굴에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종국적인 임명권자인 도민을 바라보는 행정을 하는 것이 시장 개인은 물론 행정시의 위상을 강화할 수 있는 길이다.

한   경   훈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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