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대통령궁에 탈레반 깃발
국영방송 장악한 뒤 대국민 담화
“국민 안전 보장, 기대에 부응”

탈레반이 아프간 대통령궁을 차지한 모습. [연합]
탈레반이 아프간 대통령궁을 차지한 모습. [연합]

 

아프가니스탄 정권 붕괴 후 수도 카불을 장악한 탈레반이 15(현지시간) 아프간 대통령궁도 수중에 넣은 뒤 전쟁은 끝났다"” 사실상 승리를 선언했다.

미국이 지난 5월 아프간 주둔 미군의 단계적 철수를 시작한지 3개월만이자, 탈레반이 이후 급속도로 아프간 내 세력을 넓힌 뒤 이달 6일을 전후해 주요 거점 도시들을 장악한 지 불과 10일만이다.

알자지라방송은 탈레반의 사령관들이 이날 아프간 수도 카불의 대통령궁에서 무장 대원 수십명과 함께 있는 모습을 영상으로 공개했다.

탈레반 대원들은 아프간 대통령궁을 장악한 뒤 탈레반기도 게양했다고 이 방송은 전했다.

앞서 미군 철수 시작 이후 탈레반이 급속히 세력을 확대하다가 이날 카불까지 함락하자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은 국외로 급히 도피했다.

아프간 대통령궁까지 장악한 탈레반은 이날 아프간 정부를 상대로 한 내전에서 사실상의 승리를 선언했다.

탈레반 대변인은 이날 알자지라방송에 아프간에서 전쟁은 끝났다고 말하고, 통치 방식과 정권 형태가 곧 정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탈레반은 우리는 주민과 외교 사절의 안전을 지원하겠다는 것을 모두에게 보장한다. 모든 아프간 인사와 대화할 준비가 됐으며, 필요한 보호를 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관들과 직원들을 대피시키는 등 철수에 나선 카불 주재 미국 대사관은 이날 대사관에 걸려있던 성조기도 내렸다고 CNN 방송 등 미국 언론은 전했다.

미국 대사관 국기 하강은 대사관 철수의 마지막 단계에 해당한다. 카불 미 대사관에는 미국의 전 세계 공관 중 최대 수준인 4200명이 근무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탈레반은 대국민 담화와 언론 인터뷰를 통해 개방적인 정부를 구성하고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겠다는 메시지도 잇달아 내놨다.

AP통신에 따르면 탈레반의 수하일 샤힌 대변인은 탈레반이 수도 카불로 진입한 뒤 AP통신에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이슬람 정부를 구성하기 위한 대화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샤힌 대변인은 아프간 대통령궁에서 새 정부를 발표할 것이라고도 말했으나, AP통신은 이 계획은 일단 보류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탈레반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고 문제를 해결해주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바라다르 국장은 탈레반의 승리는 신속했고 세계 그 어떤 상대도 대적할 수 없었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진정한 시험은 지금부터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고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에서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앞서 탈레반 대변인은 히잡을 쓴다면 여성은 학업과 일자리에 접근할 수 있고 혼자서 집밖에 나서는 것도 허용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입장 발표는 탈레반 정권이 들어서면 여성 인권이 제약되고 비인도적인 처우를 받을 것이라는 아프간 안팎의 우려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아프간 현지 여성들은 탈레반이 다시 정권을 장악하게 되면 과거 탈레반 집권기(19962001)인권 암흑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점을 두려워하고 있다.

탈레반은 아프간 국영방송도 장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알 아라비야 방송의 보도에 따르면 탈레반은 이날 카불에서 아프간 국영 TV를 장악한 뒤 대국민 담화를 통해 아프간인들에게 평정심을 유지하라고 촉구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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