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올림픽 3개월여 앞두고 1주일 새...18명 확진에 강력한 방역정책

중국 베이징역 안전검사
중국 베이징역 안전검사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베이징을 떠나지 말고, 불가피한 출장은 사전에 학교와 거주지 주민위원회에 보고해야 합니다."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활동하는 교민 A씨는 최근 중학생 딸 담임교사와 학부모의 위챗(微信·중국판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올라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공지를 보고 한참을 고민했다.

그는 이번 주 장쑤(江蘇)성 옌청()에서 열리는 제3회 한중무역투자박람회에 참석할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 확산으로 학생은 물론 가족까지 베이징을 벗어나지 말라고 권고했기 때문이다.

'이동 자제'를 권고하는 내용이지만, 사실상 '이동 금지' 명령으로 해석됐다.

출장을 갈지 말지에 대한 그의 고민은 다른 곳에서 풀렸다. 옌청으로 가는 항공편이 취소됐다는 연락을 받은 것이다. 항공사 측은 취소 이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그는 베이징 방역 정책 강화에 따른 조치로 이해했고 출장을 취소했다.

A씨는 연합뉴스에 "중국은 지난해 우한 사태를 겪은 뒤 수도 베이징만큼은 무조건 코로나19를 차단해야 한다는 사명감 같은 게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내년 2월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베이징에서 코로나19가 산발적으로 확산하자 중국 당국이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고 있다.

베이징에서는 지난 19일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25일 오후까지 창핑(昌平), 펑타이구(), 하이뎬(海淀)구 등 3개 구에서 모두 18명의 확진자(무증상 감염자 포함)가 나왔다.

베이징 확진자 발생은 70일 만이지만, 단기간에 두 자릿수를 기록한 것은 지난 1월 후 처음이다.

이에 중국 당국은 강력한 방역 정책을 재가동했다.

기차를 이용해 베이징을 오가는 인원도 크게 줄었다. 26일 오후 베이징역은 평소와 달리 다소 한산한 모습이었다. 대합실 곳곳에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라는 안내문과 함께 코로나19 발생 지역에 가려면 48시간 이내 핵산검사 음성 증명서를 제시해야 한다는 방송이 흘러나왔다.

역무원들이 탑승객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건강 코드 미니 프로그램인 젠캉바오(健康寶)를 꼼꼼하게 체크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젠캉바오는 중국이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개인의 동선을 확인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녹색(정상황색(관찰빨간색(집중관찰) 3가지 색으로 구성돼 있다.

휴대전화 기록 등 위치 추적을 통해 위험지역에 다녀온 경우 빨간색으로 표시되며, 이 표시가 뜨면 건물이나 관광지 등 공공장소에 들어갈 수 없다.

베이징역 관계자는 "기차를 타는 사람이 평소에 비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베이징 당국이 이처럼 '타지역 이동 자제령'을 내린 것은 최근 중국 내 코로나 확진자 확산이 이동에 의한 감염에서 비롯된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베이징 확진자 대부분도 중국 다른 지역들을 방문한 2개 단체여행팀과 관련된 사례들이다. 최근 일주일 사이 신규 확진자는 중국 31개 성(직할시·자치구 포함) 가운데 12개 성으로 번졌다. 19~25일 신규 확진자는 모두 186명이다.

베이징은 14일 이내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지역을 다녀온 경우 베이징 진입을 막고 있는 것으로 보도됐다.

베이징에 들어오거나 베이징에서 나가는 단체 관광 역시 모두 중단된 상태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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