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월부터 12월까지 한 공공기관 기자실에 마련된 공용 컴퓨터를 이용해 카드게임을 즐기고 있는 한 언론인의 뒷모습을 촬영한 사진을 모았다. 한날 촬영한 사진처럼 보이지만 모두 날짜와 시간이 다르다. 최병근 기자
2021년 11월부터 12월까지 한 공공기관 기자실에 마련된 공용 컴퓨터를 이용해 카드게임을 즐기고 있는 한 언론인의 뒷모습을 촬영한 사진을 모았다. 한날 촬영한 사진처럼 보이지만 모두 날짜와 시간이 다르다. 최병근 기자

국어사전은 특권을 어떤 신분이나 지위, 자격이 있는 사람만이 누리는 특별한 권리나 이익이라고 설명한다. 특권에 따른 병폐는 시대와 지역을 가리지 않고 지적돼왔다. 심지어 해당 집단에 속한 이들은 별것 아닌 것처럼 치부하기도 한다. 하지만 세상은 변하고 대중들의 눈높이도 개선됐다.

대중들은 특권층이 느끼지 못하는 권한을 ‘특권’으로 여기기도 한다. 언론인 또한 여기서 벗어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제주지역에서도 특권층이라고 하면 정치인과 공무원, 언론을 꼽을 수 있다. 제주매일은 기자들에게 주어진 ‘특권’을 내려놓고 자성하자는 취지에서 본 기획과 연재를 시작한다.

보도자료는 ‘잠깐’ 게임은 ‘장시간’

그는 매일 아침 한 손에는 휴대전화를 들고 귀에는 이어폰을 낀 채 오전 9시쯤 기자실에 들어선다. 그리고 기자실에 마련된 공용 컴퓨터에 앉아 각종 보도자료를 ‘처리’한 뒤 때를 가리지 않고 카드게임을 즐긴다. 심지어 오전 10시 정식 브리핑이 시작하기 직전에도 게임을 한다.

기자실 상황을 잘 아는 한 인사는 해당 기자가 기자실이 현재 모습으로 바뀌기 전에도 공용 컴퓨터를 독점했다고 한다. 해당 기관은 주변의 시선과 문제 제기에 컴퓨터를 제일 앞으로 옮겼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기자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컴퓨터를 독점하고 게임을 즐겼다.

기자실을 관리하는 부서는 이후에도 해당 기자에게 컴퓨터 사용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하고 호소했지만 그는 귓등으로 흘렸다. 해당기관 출입기자단도 이 기자에게 몇 차례 주의를 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관은 인쇄 등을 위해 이 공용컴퓨터를 마련했다.

일탈로 치부하는 인식이 화 키워

제주 사회 곳곳에서도 지도층의 특권 의식을 드러내는 모습들이 목격되고 있다. 2020년 말 제주도의회 의회운영위원회의에서 발생한 사건은 그중에서도 으뜸이었다. 코로나19 여파로 민생 경제가 위축돼 제주경제가 고사 위기에 처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질 때였다.

의회운영위는 당시 회의에서 의원 월정수당을 올리기로 결정했다. 물가가 오르기도 했거니와 공무원 보수 인상률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해서 충분히 받아들일 만했다. 그런데 한 도의원의 이날 집행부에 도의원의 노후 대책을 요구한 데 이어 의원용 안마의자까지 요구했다. 회의록에 기록된 발언을 원문 그대로 소개한다.

“제가 보기에도 옆의 주위 동료들 진짜 위험하신 분들이 많아요, 건강상도 그렇고. 최소한 휴게실 같은 것도 있어야 되고, 이런 얘기 하면 좀 그렇지만 그래도 안마의자 같은 것도 있으면, 한 2개 정도 있으면 여자 의원님 하나, 남자 의원님 하나 이렇게 해서 번갈아 가면서라도 할 수 있는 그런 게 있어야 되지 않겠습니까?”

이후 극히 일부 언론에서만 이 내용을 보도했다. 게임하는 기자처럼 안마의자를 요구하는 의원의 모습도 개인의 일탈로 치부해버리는 것은 아닌지 묻고 또 물어야 한다.

현시대 한 지역 언론인의 궁상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 ‘전환시대의 논리’로 알려진 고(故) 리영희 선생은 1988년 한국기자협회보에 기고한 ‘후배 기자들에게 하는 당부’에서 언론과 언론인을 ‘언롱인(言弄人)’으로 멸칭하며 혹독하게 비판했다. 30여년이 지난 지금, 기자가 ‘기레기’ 취급을 받은 지 오래고 기자의 소명의식을 찾아보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언론을 외면한 국민들은 SNS에 떠도는 소문을 더 믿고 있다. 언론 스스로 자초한 일임이 분명하다.

‘쓰는 사람’이라는 뜻의 기자(記者)에겐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다양한 특권이 부여된다. 시민들이 접근하기 힘든 공공기관도 비교적 쉽게 출입할 수 있고, 공무원을 비롯한 각계각층 취재원과의 만남에도 거리낌이 없다. 그러나 ‘이 특권을 언론과 언론인이 남용하거나 오용하지 않나’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

기자는 어두운 세상에 작은 창문을 내고, 권력의 부당한 횡포와 오‧남용을 막고, 견제하기 위해 부단히 두들겨야 한다. 제주매일은 2022년 한 해에도 사회 지도층이라 불리는 집단의 특권을 타파하기 위해 다양한 권력 집단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보도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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