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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많아도 일하는 사람은 적다”는 김태환 지사의 말 한마디에서 우리는 오늘의 공무원 사회의 실상을 읽는다. 어쩌다가 이 정도까지 되었는가.

결론부터 이야기한다. 일하지 않는 공무원은 떠나라. 무사안일에 젖은 공무원이 있다면 주저 없이 공직에서 따나라.

공무원들의 등을 두드리던 시절은 이미 지났다. 그저 열심히 일하기만을 기다리던 때도 이미 지났다. 우리는 그렇게 한가롭지 못하다.
그것을 용납할 만큼 마음의 여유도 없다. 빈둥대는 공무원들에게 월급을 주라고 우리는 꼬박 꼬박 세금을 내지 않는다.

지금 우리에게는 할 일이 많다. 위기에 처한 지역경제를 살려야 하고, 민간 자본도 유치해야 한다. 국제자유도시계획에 따라 향후 개발의 방향 설정 등 전체 구도에 관한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그에 따라 ‘개발의 지역화’를 위해서도 지혜를 모아야 한다. 우리의 생종작물인 감귤도 어찌하든 살려 놓아야 한다. 우리는 그야말로 전환기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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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의 공무원의 자세와 행정행태로는 그 어려움을 극복할 수 없다. 그래 가지고서는 그 전환기적 시대를 우리의 것으로 가꾸어 나갈 수 없다.

인식의 대전환이 있어야 한다. 시대적 사명을 바르게 깨닫고, 주민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역할 인식이 새로워야 한다.

그 역할은 다른 것이 아니다. 주민을 위하고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것뿐이다. 민간의 창의와 자유스런 활동을 도와주는 것 또한 그 역할에 포함된다. 주민들 위에 군림하던 권위주의와 무사안일도 같이 사라져야 한다.

이 점에서 공무원들은 스스로를 평가해 볼 필요가 있다. 입으로는 봉사를 외치면서 과연 그 행동의 내용과 깊이가 주민을 만족시켜왔는지, ‘지방시대’를 경영할 만한 능력과 식견을 갖추고 있는지도 냉철한 마음으로 따져봐야 한다.

만일 스스로의 평가에 한 점 부끄러움이 있다면 스스로 주저 없이 공직에서 물려나야 한다. 기회주의적 행정행태가 책임행정으로 위장되고, 철저한 보신(保身)이 유능으로 둔갑하는 작태에 우리는 실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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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능한 공무원은 꾸준히 도전하는 공무원이다. 지금 이 시대는 그런 공무원들을 요구하고 있다. 책임질 일은 아예 하지 않다가 승진기회가 오면 약삭빠르게 처신하여 승진이나 하는 공무원들은 제발 물러나야 한다. 고위 공직자들의 책임도 그런 공무원들을 가려내 공직사회에서 도태하는데 1차적으로 두어져야 한다.

따지고 보면 실책은 일을 하다가 생긴 결과이므로 상황에 다라 면책의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무사 안일적 행정풍토는 창조적 행정발전을 저해할 뿐 아니라, 그 피해가 직접적으로 주민과 연결된다.

공무원의 책임은 비행(非行)을 저지를 때만 생기는 것이 아니다.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을 때 더 무겁다. 직업 공무원의 신분보장도 열심히 일을 하는 공무원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일 뿐, 일을 하지 않는 공무원들을 봐 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 주민에 관한 한 무한책임을 지는데 신분보장의 참다운 의미가 있다.

가식뿐이 아닌, 철저한 의식전환이 있어야 한다. 김 지사는 공무원 사회의 실상을 제대로 깨달았으면 그것을 시정하려는 개혁의지를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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