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와 좋은 영양상태가 예방의 지름길

연말이 되면 송년회, 모임 등 잦은 술자리를 갖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술을 자주 마시는데 비해 보통 간질환하면 B형 간염 바이러스에 의한 간질환만을 생각하고 술에 의한 간질환은 상대적으로 과소평가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술에 의한 간손상이 생각보다 심각하기 때문에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알코올에 의한 간손상은 마신 알코올의 양과 관계 있으며, 술의 종류에는 무관합니다. 따라서 비싸거나 좋은 술을 마신다고 해서 간손상이 적게 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면 알코올의 위험 용량을 굳이 따져 본다면 하루에 알코올 80g(위스키 240cc, 와인 800cc, 맥주 2,000cc에 해당)이 대부분의 사람에게 위험용량으로 알려져 있고, 하루 용량 외에도 얼마나 자주, 얼마나 오랫동안 음주를 하느냐에 따라 크게 좌우됩니다. 또한, 알코올에 의한 손상은 영양상태와도 관련이 있어서 영양상태가 나쁠수록 더 손상이 심해집니다. 최근에는 여성 알코올리즘 환자도 늘고 있는데, 여성은 체구가 작아서 같은 양의 술을 마셔도 남성보다 혈중농도가 높아지므로 더 주의를 요합니다. 알코올은 체내에 저장되지 않고 대사 되어야 하는데, 이 과정은 대부분 간에서 이루어집니다. 간에는 알코올의 분해에 관여하는 효소들이 있어 알코올을 ‘아세트알데히드’라는 물질을 거쳐 분해하게 되는데, ‘아세트알데히드’는 독성이 있어 간세포에 손상을 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알코올의 대사 결과 지방산(脂肪酸)이 많이 만들어져 간에 지방이 축적되는데 이를 ‘알코올성 지방간’이라고 합니다. 그 이외에도 알코올성 간염, 간경변 및 췌장염을 유발하고 간암 및 B형 간염에 의한 간손상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B형이나 C형 간염 환자는 특히 금주하여야 합니다. 알코올성 간질환이 심한 사람을 보면, 배에 복수(복수)가 차거나 비장이 커져 있고, 가슴이나 목에 ‘거미상 혈관종’이라 하여 조그만 빨간 반점이 나타나 있고, 식사를 잘 하지 않아 영양 상태가 나쁘고, 남자인데 유방이 부풀어오르는 ‘여성형 유방’을 볼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오심, 식욕부진, 우상복부 불쾌감, 열감 등의 증상을 보이는 알코올성 간질환은 병원을 찾게 되면 혈액검사 및 복부초음파, 경우에 따라서는 복부전산화 단층 촬영, 간조직, 생검 등의 검사를 하고 진단을 내리게 됩니다. 알코올성 간질환은 비타민 공급, 영양 관리 등의 치료를 하고 금주하여 더 심각한 질환으로의 진행을 막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질환들은 적절한 내과적 정신과적 치료에 의해 호전되기도 하지만 간경변 같은 비가역적 변화가 온 경우에는 여러 가지 합병증에 의해 사망에 이르기도 합니다. 알코올성 간질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술을 끊거나 절제하고, 좋은 영양 상태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알코올성 간질환 환자가 술을 끊으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간의 조직 소견이 좋아지고, 간경변증의 발생이 적어지며, 간경변증에 의한 합병증도 줄어든다고 합니다. 그리고 간암 발생도 줄어들고 더 오래 살게 된다고 합니다.

박   철   희 (소화기 내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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