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리에 오래 앉아 수업을 듣고 문제 푸는 걸 어려워했고, 고등학교 땐 자퇴하고 PC방에서 게임만을 즐기던 학생, 대학에서도 한 학기는 모든 과목을 D와 F를 받아 대학을 6년 다닌 학생이 수학계의 노벨상인 필즈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은 우리를 가슴 뛰게 했다. 한국계 허준이 교수다.
허준이 교수는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부모를 따라 2살 때부터 한국에서 교육을 받고 자랐다. 박사 과정 유학을 위해 미국의 대학 12곳에 지원했지만 11곳에서 떨어지고 일리노이대학에만 겨우 합격했다고 한다. 11전12기한 셈이다.
식당에서 음식 기다리는 시간을 줄여 공부하려고 일부러 손님이 없는 음식점을 찾았다는 허준이 교수의 스스로 노력도 있었겠지만 우리 교육의 현실을 돌아보는 기회가 돼야 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의하면, 수학 기초학력 미달학생이 중3은 11.6%, 고2는 14.2%이다. 열 명 중 1명 이상인 셈이다. 학생들이 수학에 대한 자신감과 가치, 흥미, 학습의욕이 떨어졌다. 국어, 영어, 수학, 기초학력 미달자 비율도 2020년엔 2014년에 비해 1.5∼3.2배로 늘어났다.
기초학력저하 원인은 코로나 장기화 영향도 있었지만, 교육감의 정파(政派)와 이념의 영향을 묵과할 수 없을 것이다. 진보 교육감이 밀어붙인 혁신학교는 학력저하를 우려하는 학부모들로부터 외면당했고, 자사고 폐지는 11개 학교소송에서도 완패했다. 6·1 교육감선거에서 승리한 김광수 교육감에게 8년간 끼친 진보 교육감 시절의 폐해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기대하지만, 학력저하의 피해자는 학생들이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지금보다 더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수학만 빼고 잘 했어요”라고 한 수학자 허준이 교수의 인터뷰는 우리 교육현장에 신선함을 주는 사이다 발언이다. 또 다른 제2, 제3의 허준이 학생이 나올 수 있도록 교육의 새바람이 필요하다. 우리 모두가 새겨들어야 할 깊은 뜻이 있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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