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우의 차이나 칼럼- [24]

최근 프랑스 파리에서 중국 유학생들의 항의시위가 있었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디올(DIOR)이 올 가을 컬렉션 중 하나로 선보인 ‘플리츠 미디스커트’가 중국의 전통의상을 모방했다며 ‘문화약탈’에 대한 항의의 표시라는 것이다.
중국의 이미지는 ‘짝퉁’
한국인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중국의 이미지가 ‘짝퉁’인 점을 볼 때 이 항의시위는 어안이 벙벙해진다. 모 대학의 교수는 이 항의시위에 대해 “자신들의 문화는 지키려고 발버둥 치면서, 남의 나라 문화는 표절해도 상관없는, 그야말로 전형적인 ‘내로남불’의 행태”라고 지적했다는 보도도 눈에 띄었다.(중국인들의 ‘내로남불’은 다음 기회에 다루겠다.) 
우리가 알고 있는 ‘짝퉁’의 나라 중국에서는 이를 ‘산짜이’(山寨)문화현상으로 분석했던 적이 있다. 지난 2008년 12월3일 중국의 국영 CCTV가 이례적으로 산짜이 문화를 소개했다. 이로인해 중국에서는 아예 2008년을 ‘산짜이의 해’라고 부를 정도로 널리 회자됐었다. ‘수호지’에 등장하는 산적 소굴 ‘산채’를 의미하는 산짜이문화의 출발은 짝퉁 핸드폰이었다. 정품 핸드폰을 갖지 못한 비주류 민중들이 값싼 모방품을 통해 주류사회를 희화화 또는 풍자한다는 내용이었다. 
현재도 모바일폰을 양분하는 애플의 아이폰과 삼성의 갤럭시폰의 짝퉁제품이 정가의 10분의 1도 안되는 가격에 버젓이 팔리고 있는게 중국의 현실이다. 이 ‘짝퉁’도 처음에는 외국 유명제품의 겉모양만 비슷하게 모방하던 것에서 출발했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정품보다 더 나은 기능을 가진 제품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모방이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을 실감케 한다. 외국기업이 짧게는 수년에서부터 수십년간 연구개발을 통해 제품을 상품화 하고 출시하면 중국에서는 몇 달도 안돼 모방을 통해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어 낸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기업간 기술진입 장벽이 낮아지면서 기업 상호간의 제품이나 시스템을 모방할 수 있는 가능성이 훨씬 더 높아졌고, 중국 기업들이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이를 위한 전문 인력 빼가기가 쉬워지면서 ‘짝퉁’은 완전히 일상으로 파고 들었다.
문제는 중국인들이 ‘산짜이’문화를 주류문화에 대응하는 풀뿌리문화로 생각하고 중국내 기업들을 옹호하는 등 선진국의 지적재산권에 대한 개념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점이다. 굳이 연구개발을 통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지 않더라도 시간과 비용을 크게 절약하면서 약간의 창조성만 가미한 ‘짝퉁’을 팔아서 이윤을 챙기는게 훨씬 경제적이다. 이 때문에 중국 기업들도 공을 들여 제품을 개발하기 보다는 ‘짝퉁’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시장에서는 외면받을 것
하지만 중국이 글로벌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이 ‘산짜이’ 문화의 유혹에서 벗어나야만 한다. 가격경쟁력으로는 깐깐하고 까다로운 입맛을 가진 세계의 주류 소비층으로부터 외면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번 파리에서 벌어진 중국인 유학생들의 ‘디올’에 대한 항의시위는 중국내에서도 ‘짝퉁’을 추방하겠다는 의지의 다른 표현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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