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로 입양된 마야 리 랑크바드 작가 2일 제주서 북토크
저서 ‘그 여자는 화가 난다’ 통해 ‘국가 간 입양’ 허상 비판

마야 리 랑크바드 작가(가운데)가 지난 2일 제주 아라동 소재 아무튼책방에서 독자들과 북토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 김진규 기자]
마야 리 랑크바드 작가(가운데)가 지난 2일 제주 아라동 소재 아무튼책방에서 독자들과 북토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 김진규 기자]

한국에서 태어나 어렸을 때 덴마크로 입양됐던 마야 리 랑크바드 작가는 “작품 속 여자는 국가 간 입양이 비서구권 국가의 아이들을 상품화해 서구의 부유한 가정으로 ‘수출’되는 것과 다름없다”고 증언했다.

‘그 여자는 화가 난다’의 저자인 그는 지난 2일 오후 7시 30분 제주 아라동 소재 아무튼책방에서 진행된 북토크에서 “입양아를 상품화 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며 “작품 속 여자는 홈플러스에서 프랑스산, 이탈리아산, 스페인산, 포르투갈산, 호주산, 아르헨티나산, 칠레산 또는 남아프리카공화국산 중 어떤 와인을 선택할까 고민하는 행위와 다름없다고 생각한다”고 이같이 말했다.

이번 북토크는 덴마크와 서울을 오가던 작가가 최근 제주에 머물던 중 지인의 권유로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그는 지난 7월 한국어로 번역된 국가 간 입양에 관한 고백인 ‘그 여자는 화가 난다’를 출간했다. 이 책은 2014년 덴마크에서 출간됐지만 처음부터 한국 독자들을 위해 집필됐다. 작가가 서울에서 머물렀던 2007~2010년에 사회운동가, 예술가, 학자들로 이뤄진 입양인들과 교류한 내용을 정리했다. 작가는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국가 간 입양의 허상과 이를 용인하는 사회적 구조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책에 담았다.

이 책 본문은 ‘여자는 자신이 수입품이었기에 화가 난다./ 여자는 자신이 수출품이었기에 화가 난다./ 여자는 어린이를 입양 보내는 국가는 물론 입양기관도 국가 간 입양을 통해 돈벌이를 한다는 사실에 화가 난다./ 여자는 ‘내부의 이방인-국가 간 입양에 관한 보고서’를 읽은 후 한국이 국가 간 입양을 통해 연간 1500만 달러를 벌어들인다는 것을 깨닫고 화가 난다.’로 시작된다.

책에 ‘그 여자는…화가 난다’는 문장이 1554번이나 등장할 정도로 ‘화’가 가득 차 있다. 때로는 ‘여자’의 분노가 모순적이며 자기비판적이다. 화는 여자에서 일반적인 사고 자체, 이러한 사고를 조장한 사회구조로 향한다.

작중 화자이자 저자 본인이도 한 ‘여자’는 국가 간 입양이 아이와 친가족, 양가족 모두에게 이로운 일이며, 입양되지 못했다면 ‘배고픔에 허덕이는 삶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레즈비언인 그가 덴마크로 입양된 것은 ‘행운’이라는 말을 듣고 자라왔다. 그러나 작가는 국가 간 입양을 주선하는 입양기관과 이를 암묵적으로 지지하는 권력구조에 분노를 표출했다.

작가는 “‘화’는 단순히 ‘국가 간 입양’으로 표상되는 사회적 부조리뿐만 아니라 그 배경이 되는 유럽과 동아시아 사이의 경제적 구조와 세계적인 불평등, 사회적 계급 간의 힘의 불균형이 우리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겨냥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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