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홍성 서귀포시 감귤농정과
임홍성 서귀포시 감귤농정과

경자유전(耕者有田)이란 말이 있다. 헌법 제121조, 소작을 금지하는 규정에서 파생된 단어다. ‘농사짓는 사람이 밭을 소유한다’는 단순한 뜻으로 한 번쯤 들어봤을 말이지만 그 책임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그 중 하나는 자신의 농지를 강제적으로 처분해야 하는 경우인데, 많은 농지 소유자들이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당황해한다.
서귀포시에서 발생하는 매년 1000건 이상의 농지 처분 대상은 잘못된 농지취득에서 시작한다. 즉 농지는 농사를 직접 지을 사람이 취득해야 하며 소유자가 직접 농사를 지어야 하는데, 이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행정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면서까지 처분을 내리게 된다.
경자유전은 이토록 엄격하고 책임이 따르는 말이다. 그러므로 첫 단추인 농지취득부터 철저하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서귀포시는 8월 18일부터 ‘서귀포시 농지위원회’를 구성·운영한다. 지역 농민, 농업단체 추천인, 비영리민간단체 추천인, 전문가 등으로 이뤄진 농지위원회는 시청과 읍면 총 6개소에 구성해 운영한다.
농지위원회는 여러 역할이 있지만 주요 임무는 농지취득자격증명에 대한 심사다. 농지를 취득할 때 그 사람의 영농 가능성과 타당성 등을 심사하는 것이다. 기존 공무원 한 명이 판단하던 심사를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반영해 합리적으로 심사하자는 취지다.
농지위원회의 출범이 농지취득 심사에서 성공적으로 운영될지, 혼란을 가중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작년 한 해 LH 투기 사태 등 여러 사건으로 인해 농지에 대한 국민의 시선이 엄격해진 지금이야말로 농지위원회를 통해 농지에 대한 인식을 재고하고 경자유전의 원칙을 실현할 수 있는 최적의 시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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