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의 경쟁력 강화

글로벌 경제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따른 다양한 경제목표를 추구하기 위해 제주는 국제자유도시를 선택했다. 그 법적 배경인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은 경제활동의 영역과 각종 규제를 완화하여 세계시장과 통합을 꾀하는 지역(local) 경제특구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로서 제주경제의 성장과 안정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뜻한 바대로 성과가 별로 없다. 인천ㆍ광양ㆍ부산 등의 경제특구가 출범하고 홍콩ㆍ상해ㆍ싱가포르 등이 동아시아 경제권 선점을 위한 경쟁을 가열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나라 안팎의 첨예화한 경쟁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국제경쟁력 강화에 필수 불가결한 지방행정조직혁신이 올해 안에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2003. 12. 제정된 지방분권특별법은 오히려 기초지방자치단체의 권한 강화에 역점을 두고 있다.

반면에 제주도가 구상하는 가칭 ‘제주자치특례에 관한 법률’은 규모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방행정의 광역화에 초점을 맞추되 시ㆍ군의 행정적 분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 혁신안을 따를 경우 시ㆍ군의 자치(정치)기능이 없어져 시장·군수가 임명제로 전환되고 시ㆍ군 지방의회는 폐지된다.

유럽의 분권화 경향

프랑스의 경우는 엄격한 행정적 분권에 국한시키고 있다. ‘레지용’이라고 하는 새로운 광역자치단체를 창설하여 규모의 경쟁력을 추구하고 있으며, 또한 최근에는 세계적 경쟁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22개의 레지용을 8개의 도시공동체로 묶어 놓았다.

제2차 세계대전 이전의 유럽에서 분권화는 지방행정의 민주화에 초점이 모아졌으나, 전후(戰後)의 경제개발이 본격화됨에 따라 효율적인 지방행정을 도모하는데 초점이 맞추어 졌다. 그런데 시장경제의 세계화 시대에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유럽각국의 분권화 흐름은 1단계의 민주화, 2단계의 효율성을 거쳐 3단계의 국제경쟁력 강화에 도달하고 있다.

성장과 분권은 선후(先後) 개념

지방분권의 역사가 일천(日淺)한 우리나라에서는 시차를 두고 진행해 온 유럽 각국의 3단계의 분권화 과정이 한꺼번에 분출되어 어느 것을 선택할지 딜레마에 빠져있다.

특히 제주특별자치도 추진과 맞물려 특별자치도의 뼈대가 확정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현행 행정계층구조를 정치적 분권이 아닌 행정적 분권으로 바뀌려는 제주도의 입장에 대하여 제주시와 서귀포시에서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제주국제자유도시와 경쟁관계에 있는 인천 등의 경제특구가 너무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또 경제현실이 더욱 나빠지고 있어서 3단계 분권화 과정 중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가를 고민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제주와 인접한 중국에서 정치나 경제체제에 상관없이 중국인들이 잘 살 수 있다는 믿음과 의욕을 가지고 열심히 일해서 고속성장을 구가하고 있음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따라서 제주사람들은 경쟁력을 갖춘 제주국제자유도시건설에 최우선 순위를 두어야 한다. 기초자치단체에 대한 정치 분권화는 제주경제성장에 걸림돌이 되지 않는 방향에서 추진되어야 하며 정치적 명분론에 떠밀려 경쟁력 강화를 통한 경제성장을 도외시한다면 제주의 백년대계(百年大計)는 공염불이 될 것이 자명하다.

경제성장은 다른 것을 위해 포기할 수 있는 여러 목표 중의 하나가 아니라 제주국제자유도시건설을 위해 반드시 달성되어야 하는 필수 목표이기 때문이다.

논설위원 김   승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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