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문화사랑방-작은도서관] ⑧ 상창바람소리작은도서관
엄마들이 당번 서면 조성한 ‘책 읽는 공부방’이 도서관 모태
창천초 전교생을 형제로 자매로 만드는 ‘묘하고 진귀한 기술’

상창바람소리작은도서관은 상창리복지회관 2층에 자리잡고 있다.
상창바람소리작은도서관은 상창리복지회관 2층에 자리잡고 있다.

탐스러운 주황색 감귤이 맛있게 익은 풍경이 황홀한 서귀포시 안덕면 상창리.

서귀포시와 제주시를 잇는 평화로 변에 위치한 상창리는 작은 농촌마을이다.

상창리복지회관 2층에 자리잡은 상창바람소리작은도서관(관장 이창후)은 이 작은마을 아이들의 놀이공간이면서 휴식공간이다.

# 엄마들이 만든 ‘책 읽는 공부방’으로 시작

도서관이 문을 여는 날이면 스쿨버스에서 내린 학생들이 ‘우르르’ 도서관을 찾는다.

요즘처럼 날이 추울 때는 따뜻한 마루바닥으로된 열람실로 들어가 엎드려 책을 보기도 하고 도서관에 비치된 클레이나 색연필 등을 가지고 조물조물 만들기를 하거나 그림을 그린다.

마을 안에 별다른 학원이나 문화시설이 없다보니 상창바람소리작은도서관이 아이들의 학원이 되고 놀이터가 되고 있다.

아이들에게 책이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고 싶은 지역주민들이 지난 2008년 복지회관 2층에 방치되고 있는 테라스를 리모델링해서 만든 ‘공부방’이 상창바람소리작은도서관의 시작이었다.

당시 마을 부녀회원들이 돌아가면서 당번을 서고 집에 있는 책들을 모으고, 간식을 챙겨오면서 아이들에게 책 읽는 환경을 만들어줬던 것이 작은도서관의 모태가 됐다.

그러다가 2009년 정식으로 ‘상창바람소리작은도서관’으로 개관했다

예전부터 바람이 많은 지역이라서 ‘바람소리’라고 했지만 아이들의 희망과 소망이 모이는 곳이라는 뜻에서 ‘바람소리’라는 이름을 붙였다.

# 함께 하교하고, 다시 함께 오는 도서관

상창바람소리작은도서관 주이용층 아이들 대부분이 창천초등학교 학생들이다.

전교생이 41명으로 분교를 제외한 도내 초등학교에서는 최저 학생 수를 기록한 창천초등학교 학생들이 이곳 도서관 주이용객이다. 학교에서 만나는 아이들은 다시 도서관에서 만나고 어쩌면 가족보다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시간을 보내는 ‘가족’같은 관계다.

상창바람소리작은도서관 지킴이자 사서 김보미씨는 가족같이 지내는 아이들의 모습에 반해서 지난 7년 전 제주시 노형에서 이곳 상창으로 이주해왔다.

그는 자녀의 학령기를 앞두고 아이가 행복할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던 중 우연히 창천초등학교를 방문했다가 의외의 모습을 목격했다.

“정규 수업이 끝난 시간인데 6학년 아이들이 1학년 아이들과 병설유치원 아이들을 챙겨주면서 함께 놀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그렇게 예뻐보일 수가 없었어요.”

코로나19로 최근 몇 년 사이 그런 모습은 볼 수 없었지만 지금도 아이들은 학교도 같이 가고 끝나면 도서관에도 와서 사이좋은 형제처럼, 자매처럼 구김살 없이 잘 자라나고 있다는 게 김 씨의 설명이다.

상창바람소리작은도관은 가족 대상 프로그램 위주로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휴대폰 사진교실을 운영했다. 사진은 사진교실을 수강한 아이들이 직접 찍은 사진.
상창바람소리작은도관은 가족 대상 프로그램 위주로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휴대폰 사진교실을 운영했다. 사진은 사진교실을 수강한 아이들이 직접 찍은 사진.

# ‘형제 사랑’, ‘가족 사랑’ 키우는 프로그램 인기

상창바람소리작은도서관의 가족 같은 분위기는 프로그램도 반영된다.

학생 대상 프로그램을 할 때도 저학년, 고학년 나누지 않고 통합해 운영한다.

좀 더 능숙하고 잘 이해한 고학년 학생들이 저학년 동생들을 가르치면서 자연스럽게 이끈다.

프로그램을 기획한 김보미씨의 ‘적당히 의도된’ 그림이지만 지역주민들도 공감하는 부분이다. 모두가 형제처럼 가족처럼 지내는 마을의 모습이다.

상창바람소리작은도서관은 가족이 참여하는 프로그램 운영에 좀 더 열중한다.

자녀들이 커갈수록 부모와 보내는 시간이 줄어들고 유대도 줄어드는 아쉬움을 달래면서 좀 더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을 가져보자는 뜻이다.

지난해는 가족이 참여하는 ‘휴대폰을 이용한 사진교실’을 운영해 좋은 호응을 얻었다.

상창바람소리작은도서관 내부 모습.
상창바람소리작은도서관 내부 모습.

요즘 누구나 갖고 있는 휴대폰을 이용해 사진을 멋있게 잘 찍는 방법을 배우고 나중에는 액자, 달력도 만들어서 전시회도 했다. 참여 가족들은 스냅 사진을 찍어서 가족 앨범도 만들었다.

사진교실에서 휴대폰으로 사진 잘 찍는 기술을 배운 아이들은 마을 행사에 참여해 사진을 찍는 봉사활동도 한다.

김 씨는 “올해 가족이 참여하는 독서동아리를 만들어 보고 싶었는데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면서 “내년에는 아빠들을 주축으로 한 독서동아리를 결성해서 책을 통해 가족 사랑도 마음도 키우는 기회를 꼭 만들고 동아리지원사업도 받아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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