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17대 국회의원 총 선거일이다. 음력으로는 갑신년 윤(閏) 2월 25일이다. 윤달이 낀 갑신년은 지금으로부터 120년 전, 1884년 갑신정변이 일어났던 해로 역학(易學)에서는 땅속에 쇠가 들어와 나무의 밑뿌리를 치고 흔드는 해로 풀이한다.

 어떤 사람은 盧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갑신정변으로 보고 올해는 정치적으로는 격동기를 맞이할 것이며, 계층·집단·세대간의 갈등과 대립으로 인한 사회혼란을 예고하고 있다.

 정당 다원주의 정립(鼎立) 

 17대 총선에서 '차떼기'로 상징되는 부패정치의 청산 등 정치개혁에 대한 민심의 향방이 어떻게 나타날 것인지에 대하여 매우 궁금하다.

정당과 여론조사전문기관 등의 일반적 판세분석에 따르면 '열린우리당'이 과반수 의식을 확보하거나 원내 제1당이 되는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런 결과가 나온다면 '열린우리당'은 정국 주도권을 쥐고 각종 개혁입법 등 盧대통령의 국정 구상을 강력히 추진할 것이다.

 제주도의 경우에는 특별자치도 추진에 탄력을 받을 것이고, APEC정상회의 개최지로서의 낙점에도 다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특히 盧대통령이 재 신임을 받은 것으로 정치적 해석을 할 수 있고, 이 점이 헌법재판소의 탄핵결정에도 다소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에 앞서 '열린우리당'의 주도 하에 탄핵소추를 철회하기 위한 정당간의 합의도출을 시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만일 '열린우리당'이 원내 제1당이 되지 못한다면 한나라당과의 대결국면이 재연돼 정국은 시계제로의 상태에 빠지게 될 것이다.

 17대 국회에서 민주당과 자민련은 당세(黨勢)가 약화되고, 민주노동당이 원내 진출에 성공함으로써 이승만 정권 시절의 진보당이래 40여 년 만에 진보의 색채를 여의도 의사당에 칠하게 될 것이다.

 민주노동당의 강령은 한마디로 요약하면 사회주의사회의 건설이다. 이 강령이 헌법상 자유민주주의기본질서에 위배되는지 여부는 따져봐야 하겠지만 우리 정치가 한 단계 발전을 위한 전환기에 들어섰음을 시사해준다.

 게다가 처음으로 1인2투표제가 실시됨에 따라 원내 의석 약 10%에 해당하는 여성국회의원이 선출되어 여성정치가 선보이게 될 것이다.

 어쨌거나 국민들은 17대 국회는 다당제(多黨制)아래서 각계 각층의 이해가 고루 대변되고 입법과 예산에 반영되고, 보(保)·혁(革) 이념의 대결을 뛰어 넘어 사회통합과 민생안정의 새로운 정치시스템을 실현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17대 국회의 난제(難題)

 그러나 17대 국회의 구성과 운영에 있어서 넘어야 할 첩첩산중이 많다.
 첫째, 17대 총선에 출마한 후보등록자 중에서 80명이 선거법위반으로 형사입건이 되었고 그 위반의 정도가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을 수 있을 정도라서 당선자의 10% 정도가 재선거를 치러야 하는 일이 불행하게도 재현될 전망이다.

  둘째, 민주노동당은 시장경제체제에 반하는 정책을 추구하고 있어서 노동3권의 강화 등 각종 개혁입법을 발의할 것이고, 또한 공무원의 정치운동 합법화를 주장할 것이기 때문에 정칟사회의 불안 요인이 될 것이다.

  셋째, 한반도는 이념의 무풍지대가 아니다. 그런 까닭으로 국가보안법 폐지, 집시법 개정 등의 입법 청원이 거세지고, 종전과 같이 주한미군철수와 대북현금지원 등에 대한 국회의결을 통촉하는 재야·시민단체 등의 욕구가 강해지면서 원내 제1당의 '균형 추(錘)' 역할이 어느 때보다 강조될 것이다.

  끝으로, 17대 국회는 연꽃정치를 개화시켜야 한다. 정치는 부패할 수도 있으나  부패를 척결할 수 있는 것도 정치이다. 연(蓮)은 썩은 진흙과 더불어 살면서도 연꽃이 더러움에 물들지 않은 이유는 연이 진흙에 대하여 자기를 지키고 진흙을 다스리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17대 국회는 16대 국회의 부패구조를 청산하고 맑고 유쾌한 정치를 펼쳐야 할 시대적 사명을 갖고 있음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논설위원  김  승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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