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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도 너무 한다. 정부여당의 제주 홀대가 그렇다. 숫제 제주도민에 대한 속임수요 우롱이다.
특별히 제주를 생각해주는 척 생색을 내면서 실제로는 제주를 들러리로 세우거나 실험용 정도로만 인식하는 게 아닌가 여겨지기 때문이다.

제주도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찔렀던 지난 4월26일의 ‘2005 APEC 정상회의 개최도시 선정’도 마찬가지다.

4ㆍ15 총선을 앞둬 정부ㆍ여당 등 정치권은 ‘APEC 정상회의 제주유캄의 장밋빛 분위기를 띄웠었다.

그래서 총선전 정부ㆍ여당의 ‘제주유캄 지원약속을 믿었던 제주도민들은 4ㆍ15 총선에서 제주국회의원 3석 모두를 여당에 몰아줬다.

그러나 총선에서 압승하자 정부ㆍ여당은 4월26일 APEC 개최도시 선정위원회를 통해 약속했던 제주를 배제하고 정치적 입김이 센 부산에 손을 들어줘 버린 것이다.

제주가 부산의 들러리가 될 수 밖에 없었다는 비판이 비등했던 이유다. 그래서 온 도민이 하나로 ‘APEC 정상회의 개최도시 선정 의혹’을 제기하고 이를 규명하자고 들고 일어섰던 것이다.

지역세(勢)나 정치적 입김에 따라 도세(道勢가) 약하고 정치적으로도 입김이 약한 것으로 알려진 제주도를 제외해 버렸다고 생각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도민적 분노가 치솟았고 정부와 여당에 대한 불신이 팽배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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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정부에 대한 도민적 반감이 거세지자 4월30일, 당시 집권여당 대표가 제주에 와서 제주도민 달래기 차원의 대규모 국제회의 제주유치를 약속했었다.

내년 5월24일부터 27일까지 한국과 유엔이 공동으로 개최하는 ‘정부혁신 세계 포럼’도 여기에 속한다.
UN 사무총장을 비롯, 180여개국 국가원수 급 20여명과 각료ㆍNGO 지도자 등 3000여명이 참석하는 매머드 세계회의가 그것이다.

여당 대표만이 아니었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도 같은 시기에 “정부혁신 세계포럼만이 아니고 동북아 평화포럼ㆍ2007년 세계지방 자치단체장 회의 등 굵직한 국제회의를 제주에 유치하겠다”고 약속했다.
어디 이 뿐 만인가. ‘6ㆍ5 재ㆍ보궐선거를 앞두고는 역시 집권당 의장이 정부혁신 세계 포럼 제주개최를 약속했었다.

그래서 이들 정부 부처 장관과 집권여당 대표의 말을 믿고 제주도는 전국 지자체에서는 유일하게 지난 5월6일 ‘정부혁신 세계포럼 제주유치 신청’을 냈던 것이다.
 APEC 유치 실패의 아쉬움을 담았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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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정부혁신세계포럼 준비위원회(위원장:이해찬 총리)는 28일 개최지를 ‘서울’로 최종확정 해 버린 것이다.

이는 제주도민에 대한 배신이나 다름없다.
선거를 앞둬서는 표를 의식해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해놓고 선거가 끝나자 없었던 일로 해버리는 것이 정부와 여당의 행태라면 그냥 지나칠 일만은 아니다.

급할 때는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해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해 아양을 떨다가 제 욕심만 채우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 딴전을 부리는 정부ㆍ여당을 어떻게 믿을 것인가. 이는 불신만 키울뿐이다.

이번 정부혁신 세계포럼 개최지 선정도 여기서 벗어날 수가 없다. 그래서 제주도민들로서는 우롱당한 기분이며 ‘못믿을 정부’에 대한 냉소만 키울 뿐이다.
따라서 정부여당은 이에대해 납득할만한 설명이 있어야 할 것이다.

제주출신 3명의 여당국회의원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앞장서 유치를 자신한 일이 아니었던가.

그들이 정부나 중앙당 눈치나 보며 할말을 제대로 못하고 제주도민이 당하는 꼴을 그대로 보기만 한다면 그들은 이미 제주도민의 대표성을 담보 받은 국회의원일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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