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는 맑고 깨끗한 물과 공기, 드넓게 펼쳐진 초원과 푸른 바다, 그리고 원시의 풍광을 온전히 간직하고 있는 360여개의 오름, 난대·온대·한대·아고산대에 걸쳐 자생하고 있는 1800여종의 식물과 4000여종의 동물이 숨 쉬는 세계적인 생태계의 보고이다.

 제주의 이런 가치를 공인해 유네스코가 제주의 생태계를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함으로써 제주환경에 대한 가치는 세계적인 주목을 받게 되었다. 그러나 보전지역으로 지정받았다고 해서 저절로 환경보전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개발논리에 의해 훼손되거나 환경정책의 혼선과 관리 소홀로 파괴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중산간 곶자왈 지대의 골프장 건설과 환경영향평가 불이행의 사례가 그 대표적 본보기다.

▶ 이래서 환경행정에 대한 주민의 신뢰는 추락하고 있다. 게다가 작은 집이 큰 집의 입장에 반발하는 일까지 생겼다. 최근 제주도가 송악산 관광지구내 13만㎡를 절대보전지역으로 추가 지정하기로 하자 남제주군과 남제주군의회가 제동을 걸고 나서 광역과 기초 자치단체 간에 개발과 보전을 둘러싼 갈등과 대립을 빚고 있다. 아마도 남제주군이 개발에 무게를 둔 뜻은, 송악산 관광지구 내의 사유지 재산권행사 제약 내지 지역주민의 개발 염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 이 시점에서 제주 섬사람들은 제주 내셔널트러스트(NT) 운동을 펼쳐야 한다. 원래 1985년 영국에서 시작된 이 NT 운동은 소중한 자연환경이나 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해 기부금이나 토지 등을 사들이고 기증받아 보전, 관리, 공개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100여 년의 역사를 갖는 영국에서는 전 국토의 1.6%, 해안지역의 17%를 소유해 영구적으로 보존하는 성과를 일궈냈다.

▶ 국내에서는 1994년 광주의 무등산 공유화재단이 그 시초가 되며 현재 전국 16곳에서 자생적인 NT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대정읍 송악산은 수중 화산체로서 이중분화구의 특성을 지녀 세계적인 화산연구 또는 탐방의 대상이 되는 곳이다. 시민들의 조그만 정성을 모아 송악산 이중분화구 주변 사유지의 1%만을 매입하여 송악산을 개발로부터 지켜야 함은 물론, 이런 송악산 NT운동이 제주도 생물권보전지역의 NT 운동으로 승화되길 바란다.

논설위원 김   승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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