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ㆍ방파제 피서객 '인산인해'

연일 짜증나는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으나 불경기로 씀씀이를 줄여야 하는 시기에 덥다고 무작정 에어컨을 틀고 지낼 수만은 없는 도민들의 '여름밤 피서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2일 제주기상대와 한국전력거래소 제주지사 등에 따르면 지난달 12일 이후 30도를 웃도는 더위가 하루도 빠짐없이 지속되면서 밤9시 최대전력소비량이 40만kw를 간단히 넘겼다.

특히 29일 밤9시에는 사상최대치인 45만7700kw를 기록, 이 달 들어서야 깨어질 것으로 봤던 전력거래소의 예측을 섣부른 것으로 만들었다.
더위로 냉방기 사용이 급증한 탓이다.

종전 제주시를 중심으로 도민들은 용담동에 위치한 레포츠 공원을 비롯 탑동, 동부두 방파제를 찾았다.
그러나 레포츠 공원은 밀리는 인파에 탑동은 청소년들이 몰리는 데다가 관광객들도 합세, 다소 시끄럽다.

동부두 방파제는 한치 갯바위 작황 부진과 공사가 겹쳐 도민 발걸음이 뜸하다.
가족단위 피서객들은 이제 자가용을 이용, 좀 더 '오붓하고 깨끗한 곳'을 물색하고 있다.

새로운 여름 가족 나들이 장소로 화북포구와 삼양 방파제가 급부상하고 있다.
2일 저녁 화북 포구를 찾은 제주시 일도2동 거주 고모씨(여 38)는 "용담레포츠 공원이나 탑동은 시끄럽고 복잡해서 가족들과 함께 가기는 적당하지 않은 것 같다"며 "간단한 먹거리를 챙기고 이곳을 자주 찾는데 올 들어 사람들이 부쩍 늘어났다"고 밝혔다.

현재 화북포구는 하루 500여명이상이 더위를 식히고 있으며 앞으로 이어질 삼양. 화북지구 개발은 이러한 현상을 더욱 부채질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관음사 야영장도 무더운 여름밤 일부 도민들에게 '별장'구실을 하고 있다.
텐트만 쳐 놓고 잠만 자는, 후덥지근한 도시 탈출을 감행한 사람들이다.

'에어컨 바람'을 쐬며 돈과 건강을 잃느니 차라리 기름 값은 더 들지언정 청정 제주의 산바람과 지내는 게 낫다는 심사다.

한편 제주 기상대는 주간 일기 동향을 통해 무더위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 봤으며 전력거래소는 지나친 전력 사용으로 인한 전력대란을 우려, 도민들에게 절약을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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