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물을 진단한다(1)

제주도 물의 역사

제주도는 물이 귀한 섬이었다. 척박한 화산회토와 암반이 많고 흐르는 물이 거의 없는 섬이다. 그나마 용천수가 군데군데 솟아나 사람들을 모여 살게 만들었다. 1960년대 전까지만 하여도 물허벅으로 용천수와 봉천수를 길어다 생활 했다. 아낙네들이 줄지어 물 길러 다니던 물 허벅시대가 있었다. 고학생들은 물 팔아 학비를 마련하기도 했다.

제주도에 첫 수돗물이 공급되기 시작한 것은 1957년 용천수를 이용한 금산수원개발사업이 준공되면서부터다. 그 후 서귀, 중문, 한림, 애월 , 모슬포 에도 용천수 수원지개발과 상수도 사업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개발되는 수원지는 매우 소규모이고 열악했다.

지하수를 이용하기 시작한 것은 1961년 5.16혁명과 동시 부임한 해군출신 김영관 도지사 재직시절 USOM(미국대외원조기관)의 지원으로 1961년 초 지하수 심정굴착 가능성조사가 이루어지면서 그해 10월 미국인 기술자에 의해 애월읍 어음리 중산간지대에서 지하 73m를 굴착하여 1일 395톤의 지하수를 뽑아 올렸다. 이것이 전국 최초의 관정식 지하수 개발이다.

제주도 지하수개발의 첫발을 내민 것이다. 바로 제주도 제1의 물 혁명이 이루어진 것이다.  그 후 관정식지하수개발이 본격화 되면서 전 지역으로 양질의 지하수 수돗물이 공급되어 나갔다.

1967년 박정희 대통령이 연두순시 차 제주를 방문하여 고지대에 무진장 숨어있는 수자원개발방안을 마련하도록 지시함으로서 건설부 직영사업의  어승생 수원개발사업이 착수되었다.

어승생 수원개발사업에는 국토건설단이란 이름으로 폭력조직으로 검거된 500여명을 이 공사현장에 투입시켰던 비극을 간직하고 있다. 어승생 수원개발사업은 많은 우여곡절을 꺾으면서 착공한지 4년7개월 만에 저수용량 10만6천톤의 저수지가 만들어졌다. 이것은 제주도 제2의 물 혁명이라 할 것이다.

1970년대에 들어 용천수와 지하수 개발이 병행되면서 물 문제는 점차 해결되어 나갔다.  특히나 농업기반공사(과거 농업진흥공사)가 주관부서가 되어 지하수조사가 이루어지고, 이를 토대로 1972년부터 생활용수 및 농업용수의 다목적 지하수관정개발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었다. 이에 힘입어 1979년까지 지하수관정 124공이 개발되어 용천수 수원으로는 급수가 불가능한 산간 마을까지 지하수관정에 의한 상수도가 보급되었다.

이러한 노력의 결실로 물이 귀한 섬 제주가 물 허벅시대를 벗어나 1985년도에는 제주도 상수도 보급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99.9%를 자랑하게 되었다.
비가 많아도 물이 귀했던 섬, 사람이 살기에 척박하기만 했던 제주도,  지하수가 개발되면서 물 걱정 없는 섬으로 변모되었다.

제주의 지하수는 어떠한가?

제주도는 지금으로부터 180만 년 전에 일어난 화산활동에 의해 만들어진 화산섬이다.
제주의 토양은 대부분 화산이 폭발할 때 석여 나온 화산재, 모래, 자갈로 이루어져있다.

그리고 토양층도 그 두께가 얇아 빗물이 잘 스며드는 특성을 지니고 있어 지하수 함양량이 어느 지역보다 훨씬 높다. 특히나 용암터널이라는 ‘숨골’이 발달되어 지표수가 지하로 막힘없이 침투할 수 있는 특수 지질구조가 제주도지하수를 풍부하게 만들어 주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지하수는 강우량에 비례한다. 제주도의 강우량은 년 평균 1.975㎜로 년 간 총 3.609백만 톤의 빗물이 제주 땅에 내린다. 이 빗물은 바다로 직접 흘러내려가는 량이 740백만톤(20.5%), 증발산량이 1.216백만톤(33.7%), 지하수로 들어가는 량이 1.653백만톤(45.8%)이다.

제주도가 2003년도에 한국수자원공사에 의뢰한 ‘제주도 지하수부존 량 재평가연구용역’ 결과를 보면 강우량, 지하수 함양량, 지하수 적정 개발량이 모두 ‘93년도다 늘어난 것으로 조사되었다. 퍽 다행스런 일이다.

제주도 년 평균 강우량이 ‘93년 1.872㎜에서 ’03년 1.975㎜으로 3% 증가되고, 지하수 함양량은 ’93년 1.494백만톤/년에서 ‘03년 1.653백만톤/년으로 11% 증가되었다. 그리고 하루평균 지하수 함양량은 유출 기능이 우세한 해안 인접지역을 배재하고 유효 지하수 함양량만을 산정한 결과 ’93년 4.093천톤/일에서‘03년 4.329천톤/일로 6%증가되었다.

지하수 적정개발량도  ’93년 1.689천톤/일에서 03년 1.768천톤/일로 5%정도 증가된 것으로 발표되었다.  주목할 것은 지하수함양량이 45.8%로 전국 평균18%에  비하면 2.5배나 높다. 그래서 제주도가 풍부한 지하수 자원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물의 귀한 섬 제주도가 오늘 날 풍족하게 물을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은 지하수 덕분이다. 그러면 현재 기 개발된 지하수 량은 얼마나 될까?  2003년12월31일 현재 하루 평균 1.495천톤 정도가 개발되어있다. 이 량은 제주도 지하수 하루 이용가능량의 85%다.

그러면 실재 이용되고 있는 지하수 량은 얼마나 될까? 하루 평균 약 19만 톤(14%), 가장 많이 사용 할 때가 하루 46만 톤(33%)정도다.  아직까지는 충분한 여유가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극단적 가뭄에 대비해야 함은 물론 앞으로 국제자유도시건설에 따른 지하수 개발수요 그리고 먹는 샘물의 자원화 등을 감안 한다면 지하수의 보전과 관리문제는 매우 중요한 과제다.

지하수 관리 어떻게 하고 있나?

1994년까지만 해도 지하수개발에 대한 규제는 전혀 없었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개발해 사용할 수 있었다. 난개발의 시대다. 주로 관광호텔, 여관, 목욕탕 등 개인용도로 무분별하게 마구 개발되었다.

그러다 1989년 동부지역의 지하수 고갈문제, 해수침투 문제가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지하수관리문제가 거론되기 시작했다.

1991년 12월31일 제정 공포된 제주도개발특별법에 지하수굴착이용허가 및 지하수 원수대금의 부과 및 징수에 관한규정이 포함되었다. 

제주도 지하수를 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틀이 전국 최초로 마련되었다. 또한 지하수개발을 위해 토지를 굴착하고자 할 때에는 지하수영향조사를 받도록 의무화함으로써 무분별한 지하수 개발은 규제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후속법령인 제주도개발특별법시행령(1992,11,6), 시행조례993,7,5), 제주도종합개발계획 확정고시(1994,6,2)가 늦어지면서 지하수의 법적관리는 1994년 이후부터 실행되어졌다.

그리고 1993년 제주도가 한국수자원공사에 의뢰하여 지하수와 용천수 165군데에 대한 수질조사를 실시한 결과 67군데에서 음용수 수질기준 37개 항목 중 1개 성분이상이 기준초과 한 것으로 보고 되었다. 사회관심은 이 쪽으로 집중되었다. 지하수 관리문제가 또다시 뜨겁게 강조되었다.

드디어 1994년 9월에 지하수의 종합적 관리를 담당할 제주도수자원개발기획단이 만들어 졌다. 그리고 1996년 8월에는 기획단이 제주도수자원개발사업소로 확대 운영되었고,  2000년 10월에는 제주도광역수자원관리본부로 지하수관리 체계가 정착되었다.

지하수 관리의 핵심과제는 무엇일까?  첫째 지하수의 적정 개발의 문제, 둘째 지하수의 안전한 보전의 문제, 셋째 지하수의 오염문제다.

1995년 ‘중산간지역의 보전 및 이용계획 수립을 위한 종합조사’용역에서  처음으로 지리정보시스템구축 문제가 제기되어 마침내 제주도 지리정보시스템(GIS)이 만들어졌다.  전국 최초로 지하수개발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기틀이 마련되었다. 그러나 지리정보시스템에 대한 개선 점들도 많다. 보다 객관적이고 신빙성 있는 자료에 의한 지리정보가 요구된다.

그리고 전국 처음으로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제33조제7항)에 지하수 이용량을 제한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다. 극한 가뭄 등에 대비하여 지하수 수위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끔 단계별(주의보, 경보, 비상상황)로 이용량을 감량하도록 명령을 내릴 수도 있다.

그러나 개인관정에 대한 감량이행 확인과 조치 등 실효성에  문제 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하수 오염은 가장 중요한 문제다. 지하수는 일단 오염되면 망가지고 만다. 회복이 매우 어렵다. 지하수오염은 사전에  차단시키지 못하면 안 된다. 사후 약방문은 용납되지 않는다.  지하수 오염은 제주의 생명을 빼앗는 행위다.

 무분별하게 쓰여 지는 농약과 화학비료, 정제되지 않은 축산폐수의 방류, 땅속으로 스며드는 생활하수, 매립 쓰레기에서 나오는 침출수, 방치되어 있는 지하수공으로 스며드는 오염물질 등이 주범이다.

아직도 축산폐수에 대한 처리대책은 미흡하기만 하다. 골프장에서 마구 쓰는 농약관리 또한 허술하다. 농민들이 농약과 화학비료의 과다사용도 마찬가지다. 어느 것 하나 만족스러운 것이 없다.

그러나 다행스러운 것은 2004년 2/4분기 도내 120개소의 지하관정에 대한 먹는 물 수질조사를 벌인 결과 모든 관정이 먹는 물 수질기준에 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하수 부존량은 한정되어있다. 제주도가 적정하게 이용할 수 있는 지하수량은 전체 강우량의 19%밖에 되지 않는다.  어느 나라든 옛날부터 치산치수(治山治水)가 나라의 근본이었다. 이 땅에 내려지는 빗물을 소중하게 가두고 절대량을 이용할 수 있는 치수(治水)가 요구된다. 이 길만이 제주도의 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드디어 2004년부터 바다로 버려지는 지표수를 이용하는 농촌용수개발사업이 농업기반공사에 의해 본격 추진되고 있다. 이것은 제주도 물의 대역사(大役事)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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